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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번. 두 자녀를 둔 A씨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자녀들과 함께 병원에 방문한 횟수다. 단순 계산해봐도 일요일·공휴일 등 의료기관이 진료를 진행하지 않는 기간을 제외하면, 수년에 걸쳐 매일 1회 이상 병원에 왔다갔다한 셈이다.
이틀 전엔 이비인후과를 갔던 아이들은 어제는 한의원, 오늘은 내과를 가서 처방전만 받아 오는 ‘의료 쇼핑’에 내몰렸다. 자녀들의 어머니이자 보험계약 2건의 보험금 수익자인 A씨는 이 수법으로 보험금 8600만원을 편취했다. 보험 수익자란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금을 청구해 이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A씨는 ‘통원 치료에 횟수 제한이 없다’는 약관 규정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피보험자인 자녀들이 하루에 여러 번 병원을 들러 처방을 받아도 보험금을 개별 건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사기에 활용한 것이다.
자녀들이 병원에서 서류를 받아오는 만큼, 보험금이 나오자 A씨의 사기 행각은 점점 과감해졌다. 실제 A씨의 자녀들이 보험가입 이후 통원한 횟수를 살펴보면, 2013년 66회에 불과했던 병원 방문 횟수는 2015년 269회, 2016년 474회, 2017년 438회, 2018년 445회, 2019년 372회로 뛰었다.
2000번 넘는 반복·동반통원에 ‘덜미’
‘반복 통원’과 ‘동반 통원’이 수천 번 지속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는 조사에 들어갔다. 통상 보험사들은 단기간 내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반복 통원하는 것을 ‘이상 패턴’으로 여긴다.
아이들을 이용한 A씨의 보험사기 연극은 의료기관들이 다수의 통원치료를 권유한 사실이 없고, 자녀들의 상태가 반복적인 통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조사과정에서 A씨에겐 처방전과 통원확인서를 위조하는 ‘사문서 변조’ 혐의도 추가됐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 5회에 걸쳐 총 5장의 통원확인서를 변조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구지방법원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사문서 변조’, ‘변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