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칼럼] 실패한 일본 로스쿨이 주는 교훈

  • 등록 2015-11-27 오전 4:01:01

    수정 2015-11-27 오전 4:01:01

[박병식 동국대 법학과 교수] 지난 10월 일본 메이지(明治)대 로스쿨(법학대학원) 교수가 변호사시험 문제를 제자에게 누설해 불구속 기소됐다. 2007년에도 출제위원인 게이오(慶應)대 교수가 학생들에게 답안작성을 가르쳐 준 사실이 발각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우리가 롤 모델로 삼은 일본 로스쿨이 위기다. 한마디로 ‘실패작’이라는 평가다. 출범 당시 졸업만 하면 고소득의 변호사가 될 것으로 기대해 지원자가 7만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9300명에 그쳤다. 7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일본 로스쿨 충원율도 69%에 불과하다. 정원을 채운 곳은 4개교뿐이다. 74개에 달하던 로스쿨은 이미 2개가 폐교하고 18개는 모집을 중지했다. 내년에는 5개교가 추가로 모집을 중지해 문을 여는 학교가 45곳으로 줄어든다.

일본에서도 돈이 없으면 진학조차 힘들다. 일본 국립대 수업료가 우리 돈으로 800만원이고 사립대는 천수백만원에 달한다. 졸업 후에는 사법연수원에서 1년간 연수받는데 아르바이트를 금지하는 데다 매달 200만원씩 지급하던 것도 중단했다. 개인이 취득하는 자격에 국민 세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이유다. 대신에 매달 230만원씩 국가가 빌려준다. 로스쿨 입학에서 변호사자격 취득까지 수천만원에서 1억원의 빚이 쌓인다. 2010년 기준 신임 변호사 연소득이 4800만원이라고 하니 빚 갚기에도 급급하다.

일본은 또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23%로 떨어졌다. 합격자가 5명 이하인 로스쿨이 29개교이고 한 명도 합격하지 못한 곳도 4개교다. 수박 겉핥기식 이론교육에 부족한 실무교육은 로스쿨에 붙는 꼬리표다. 이론과 실무를 3년 만에 습득하게 한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한 요구였다. 급기야 학계에서도 로스쿨을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두하고 있다. 법조계는 물론 국민들도 로스쿨을 신뢰하지 않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다.

일본에 비해 우리 로스쿨의 현주소는 더 암울하다. 불공정한 변호사시험, 비싼 학비, 부실한 교육 등 그야말로 ‘판박이’다. 인가를 할 때 로스쿨들이 내세웠던 특성화는 온데간데 없다. 법과대학에서 필수로 배우는 과목이 로스쿨에서는 선택과목으로 둔갑했다. 변호사시험에 나오지 않는 과목은 수강할 여유가 없다. 고시 학원에 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사법시험 합격자에게 과외를 받기도 한다.

로스쿨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전문성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국제경쟁력은커녕 국내경쟁력도 없으며 전문성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법학지식이 부족하다. 게다가 일부 특권층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현대판 음서’ 제도라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법조인 양성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법조인은 단순한 법률가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로스쿨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로스쿨 지지자들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우리보다 5년 일찍 출범한 일본 로스쿨의 현실을 보면 시간이 간다고 해서 로스쿨 문제점이 해소될 리가 없다.

실패한 로스쿨에 법조인 양성의 독점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로스쿨 출신과 사시 출신이 선의의 경쟁을 하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다.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사시존치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찬반 양측의 주장은 나올 만큼 나왔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시 출신 법조인이 등장하려면 사시를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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