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과 시간만 날린 암각화 보존대책

  • 등록 2016-05-27 오전 6:00:00

    수정 2016-05-27 오전 6:00:00

정부와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설치하기로 한 가변형 물막이 시설인 카이네틱댐이 끝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동안 3차례에 걸친 실험 과정에서 심각한 누수 현상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선사시대 생활상을 생생하게 기록한 암각화 문화유산 보호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음을 말해준다.

암각화는 상류에 위치한 대곡댐의 영향으로 봄과 여름에는 물에 잠겨 있다가 가을과 겨울에 물이 빠지기를 거듭하면서 물결의 마찰로 자연 마모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물에 잠기는 상태를 피하려고 임시 물막이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물의 침투를 막는 실험에 집중 매달렸지만 물이 댐에서 계속 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막 설계업체인 포스코A&C가 작년 1차 실험 실패에 따른 원인 분석을 마친 뒤 지난달 2차 실험을 진행한 데 이어 이번에 3차 실험까지 실시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는 얘기다. 임시 물막이 설치 방안이 무산될 처지에 놓인 것은 물론 사업 차질로 예산만 헛되이 날리고 3년여 세월을 허비하는 낭패에 직면하게 됐다. 문화재청과 울산시·울주군이 그동안 실험 작업에 내놓은 비용만 해도 28억원에 이른다. 결코 작은 비용이 아니다.

문화재청이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닫은 채 실험을 강행한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임시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암각화와 주변 환경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게 뻔하고 울퉁불퉁한 절벽에 물막이의 양쪽 끝 부분을 완벽하게 밀착시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그러나 임시 물막이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됐고, 문화재청은 2014년 6월 기술검증평가단을 구성해 사전검증 작업에 나서는 등 밀어붙이기 행정을 드러냈다.

이제 암각화 보존을 위한 현실적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대곡댐 영향으로 암각화가 침수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댐수위를 낮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또 다른 방법은 물길을 돌리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려면 별도 제방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환경을 더욱 침해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어떠한 방식이든지 행정 당국의 쓸데없는 고집으로 이번처럼 공연히 예산과 시간만 날리는 결과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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