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15년…정권 CEO 선임 여전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정부는 KT 지분을 전부 내다 팔아 한국통신공사에서 민영화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정권이 CEO를 선임하는 ‘공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그나마 나았다. KT 연구직 출신으로 혁신파로 불렸던 이용경·남중수 씨가 민영 1·2기 사장을 맡으면서, CEO 리스크라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에 연임에 성공한 남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을 버티지 못했고, 이석채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 반 만에 회장직을 내놓아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전방위 검찰수사가 진행됐던 것은 물론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회삿돈 18억 원을 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 최순실이 추천한 인물을 광고책임자로 임명하고, 최순실 소유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물량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 재단에 KT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출연한 것은 ‘청와대의 강압이 있어 뇌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판결)이 있었다. 이동수 전 KT 전무(광고책임자)씨 영입 과정이나 광고 몰아주기 역시 정권 실세로부터 받은 인사 청탁을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이 인정돼 검찰이나 특검이 기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황창규 회장 흔들기가 멈춘 것은 아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부 국회 의원들은 황 회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제윤경·신경민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인가과정에서 뭔가 특혜를 받았다거나, 최근 4년간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건수가 총 32건으로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은 황 회장 책임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금융위원회는 현재로선 ‘특혜’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고, 공정거래법 위반 건수 역시 다른 회사와 달리 KT만 계열사 수치까지 포함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KT 본사만 보면 KT 9건, LG유플러스 8건, 다음(카카오) 5건, SK텔레콤과 네이버는 각각 4건이 적발된 것이다.
계열사 38곳…정치권 먹잇감 ‘적폐’깨야
이를 국내 대표 기간통신사인, 그래서 ICT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KT를 진심으로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싶어도, 정권 초마다 KT CEO 자리가 정치권의 먹잇감이 돼 온 ‘적폐’를 반복하는 일은 아닐지 걱정된다. 계열사만 38개인 KT는 회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가 많다. ‘공신’들에게 나눠줄 자리가 부족해 고민인 정권 입장에선 군침을 흘릴 만한 회사다.
KT 관계자는 “차라리 KT CEO 임기를 대통령 임기에 맞추자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데, KT에선 정치권에 줄을 대야 상무급 이상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이런 조직문화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