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평화경제와 이념적 외톨이

  • 등록 2019-08-19 오전 5:00:00

    수정 2019-08-19 오전 5:00:00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략)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
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말을 듣다보면, 현 정권이 주장하는 ‘평화경제’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이념적 외톨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 역시, 그렇게 판단할 근거가 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일 근거 없이 평화경제를 부정한다면 이는 분명 ‘외톨이’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이념적 외톨이’가 아니라 ‘객관적 평가자’가 된다.

그런데 평화경제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근거는 차고도 넘친다. 그 예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한 바로 다음 날 북한은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며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며 “남조선 국민을 향해 구겨진 체면을 세워보려고 엮어댄 말일지라도 바로 곁에서 우리가 듣고 있는데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뇌까리는가”라는 막말을 해댔다. 문 대통령을 ‘뻔뻔스러운 사람’, ‘세게 웃기는 사람’으로 비난한 것이다.

북한의 대남공격은 이런 막말에서 그치지 않았다. 북한은 16일 오전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또 발사체를 쏴댔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평화경제라는 정권 측의 주장에 동조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또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평화에 대해 언급하며 “북한의 도발 한 번에 한반도가 요동치던 그 이전의 상황과 달라졌다”고 말했는데, 국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동요하지 않는 이유는 ‘불안의 일상화’ 때문이지, 평화에 대한 확신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권은 바로 이런 일상화된 불안에 전적으로 책임져야할 존재다. 그렇기에 정권은 국민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일상화된 불안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현 정권의 ‘외교에 대한 사고(思考)’에 있다고 생각한다. 외교란 상대국가의 언행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상대의 의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의 외교는 이런 ‘객관성에 입각한 판단’이 아니라 상대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외교를 자의적 해석으로 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정보를 종합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지, 현 상황을 주관적 희망을 바탕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상황을 오판하기 쉽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외교가 상대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는, 현재 북한의 조롱과 도발이 우리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평화에 대한 주관적 희망만을 되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이념적 외톨이” 발언이 또 하나의 국민 갈라치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문제다.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외톨이’ 그러니까 ‘왕따’가 될 것이라는 말인데, 이런 식의 사고는 전형적인 갈라치기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은 ‘촛불 정부’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촛불’의 핵심은 민주주의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핵심은 소수의 의견도 경청하고 제도에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지사지가 필요한데, ‘갈라치기의 일상화’는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경청할 생각조차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이런 식의 사고에서 민주적인 정치행위는 나오기 힘들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 정권이 제발 역지사지를 하기 바란다. 세상에 무 오류적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잘 생각하길 바란다. 나 자신이 ‘이념적 외톨이’로 불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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