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도입 이후로 매년 1500명 가까이 변호사가 배출되며, 변호사 시장은 과포화된 지 오래다. 법률시장 수요는 20년 전과 다를 바 없는데, 공급만 늘어나다보니 경쟁은 심해지고, 어떻게든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변호사들은 광고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하철 3호선 교대역 근처에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변호사 광고판이 줄 지어 붙어있고, 포털 사이트에는 마케팅 업체에 돈을 주고 관리를 맡기는 변호사 홍보 블로그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유튜브 등 SNS가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며 ‘유튜버’로 활동하는 변호사들도 늘어났다. 모든 분야가 무한 경쟁 시대에 있는 요즘, 마케팅과 홍보에 힘을 쏟는 것을 비난하거나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인지도와 실력이 언제나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맛집’을 힘들게 찾았지만 입소문에 비해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던 것처럼 인지도나 명성에 비해 실상은 변호사로서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물론 변호사 실력의 평가는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성실성’이다.
그래서 항상 핸드폰 캘린더에는 사건 별로 체크해야 할 기간이 빼곡하고, 재판 가던 길에 뒷 차에 받히는 접촉사고가 났는데도 대강 수습하고 재판에 늦지 않게 뛰어간 적도, 서면 제출기간을 맞추기 위해 할머니 장례식 구석에 앉아 워드 작업을 해야 했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까지 했던 건 내가 특별히 직업의식이 투철해서라기보다는 변호사의 숙명이자 기본적인 의무이기 때문이다.
반면 종종 이름이 알려진 변호사들의 불성실 변론 사례를 보고 들을 때면 자괴감이 느껴진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일들 말고도 거액으로 사건을 수임해놓고도 재판을 반복적으로 연기하거나, 한 두장 정도의 성의 없는 서면을 제출하는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같은 변호사로서 낯 부끄럽기도 하고, 세상에는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변호사들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행동 때문에 변호사 직군 전체가 돈만 받고 일 안하는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같아 화도 난다.
변호사 시장 역시 앞으로 경쟁이 더욱 심화될수록 실력이나 본분 보다는 이름 알리는 데 힘쓰는데 열중하는 변호사들도 많아지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피해보는 의뢰인들이 생길지 모른다. 무고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 또 본분을 다하는 변호사들의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변호사 업계의 엄정한 자정 노력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