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우건설 '손절'한 그곳 여전히 폐허...PF 옥석 가릴때

위기의 부동산PF 사업장①
금리·공사비 부담 커지자 440억 물고 시공권 포기
지역 부동산 침체에 사업성 의문…공사 재개 요원
"피해 더 커지기 전에 PF사업장 옥석 가릴때"
  • 등록 2024-01-05 오전 5:00:00

    수정 2024-01-05 오전 10:34:00

[울산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대우건설이 지난해 440억원 손해를 감수하며 시공을 포기했던 울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부지는 여전히 폐허로 남아있다.

대우건설이 사업을 포기한 울산 동구 일산동 주상복합아파트 부지에 무단 폐기물이 잔뜩 쌓여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3일 이데일리가 찾은 울산 동구 일산동 부지 일대는 녹슨 철제 펜스가 보행자 진입을 단단히 가로막고 있었다. 펜스 너머로 흘끗 비치는 빈집들 풍경은 유령 도시처럼 황량했다. 빌라 주차장에 가득 쌓인 쓰레기들, 차가운 날씨에도 코를 찌르는 악취는 사업이 멈춰선 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한 주민은 “조금 늦어지긴 해도 새 건물이 들어설 줄 알았는데 이제는 기대도 안 한다”고 손을 휘저었고, 또 다른 주민은 “빈집들이 오랫동안 휑하게 방치된 탓에 주변까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며 혀를 찼다.

대우건설이 사업을 포기한 울산 동구 일산동 주상복합아파트 부지에 무단 폐기물이 잔뜩 쌓여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애초 이 부지에는 총 644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이 사업 시행사는 토지 매입과 인허가 비용을 위해 증권사 등에서 1000억원을 조달했다. 대우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440억원 규모의 후순위 브릿지론에 연대보증을 섰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지난해 2월 브릿지론에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넘어가기 전에 440억원을 회사 자금으로 변제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사업에서 손을 떼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우건설이 내려놓은 이 사업을 대신 맡겠다는 건설사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시행사는 200억원 넘는 손해를 보면서 사실상 부도처리 됐고 해당 부지는 대주단이 공매로 넘길 예정이다.

얼어붙은 지역 부동산 시장도 이러한 ‘손절’ 결단을 뒷받침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기준 울산의 전체 미분양 주택은 3069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7925가구로 수도권 미분양은 6998가구, 지방은 5만927가구 수준이다. 특히 전체 준공 후 미분양 1만465가구 중 지방이 8376가구로 침체된 지역 부동산 경기를 실감케 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미분양 공포가 서울로 번지고 있고,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PF 마저 얼어붙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기자본이 낮거나 차입비율이 높은 건설사, 부도 가능성이 높은 건설사들을 분류해서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면서 “건실한 사업장이나 건설사들도 본PF가 막혀 있는 상황이어서 규제완화 등을 통해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갈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규모가 1만가구를 넘어섰는데 이를 해소할수 있도록 취득세, 양도세를 감면해야 한다”면서 “원청-도급-재도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못 받는 경우도 늘고 있어 고용보험에 의무가입하거나 예치금 제도를 마련하는 등 하도급자가 안정적으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선진화가 필요하다”며 건설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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