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서서히 실행하는 자살‥담배없는 시대 올 것"

서홍관 금연운동협의회장 "담뱃값 6000원까지 올라야"
"담배 물가지수에서 제외..담뱃세 금연 정책에 활용"
  • 등록 2013-04-11 오전 7:25:34

    수정 2013-04-11 오전 8:55:21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여성의 투표권이 본격 인정되기 시작한 것이 1920~30년대입니다. 그전까지는 ‘여자가 무슨 정치를 안다고 투표를 해?’라는 시각이 당연했습니다. 지금은 담배를 판매하고 피는 게 상식으로 생각되겠지만 앞으로 100년 후에는 ‘어떻게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가득한 담배를 필 수가 있었지?’라고 반문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지난 8일 만난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54)은 ‘담배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미래’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한국 성인 남성의 40% 이상이 흡연을 하는 상황에서 허무맹랑하게도 들릴지 모르지만, 담배가 그만큼 해롭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드시 퇴출될 것이란 강한 희망이 읽혀졌다.

최근 여론은 올해가 담뱃값 인상의 적기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담뱃값은 2004년 12월 500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8년째 동결되고 있다. 물가 인상을 우려해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던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바뀌었고 흡연단체들마저 “조금만 올려야 한다”고 담뱃값 인상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서 회장은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담뱃값 인상 여부가 아닌 얼마나 올리느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흡연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500원 수준이 아닌 대폭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 수준까지 가려면 담뱃값은 최소 8000원이 돼야 한다”면서 “이번엔 최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000원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이 속한 한국금연운동협의회를 비롯한 각종 시민·보건단체도 담뱃값 6000원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금연 정책은 애초에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게 정책 목표”라고 강조했다. 담배 구매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가져야 금연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담배 문제는 보건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또 담배를 물가지수 항목에 제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증세는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위반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담뱃값 인상에 따라 걷힌 세수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증세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원래 목적인 금연 사업에 쓴다면 증세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결국 담뱃값 인상에 따라 마련된 재원을 가지고 다양한 금연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뱃값만 인상한다고 흡연율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금연정책을 통해 흡연자들이 금연에 동참하도록 이끄는 작업이 중요한 것이다.

서 회장은 “흡연자들이 담배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청소년 흡연 예방, 금연 캠페인, 금연 광고 등에 적극 사용해야 한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프라임 타임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금연 광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 회장은 저소득층 급연 정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소득층은 금연에 대한 정보도 없고 금연 동기가 약한 것이 특징으로 흡연율도 높다.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금연에 나서는 중·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의 건강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산층 한 사람을 금연시키는데 100만원이 든다면 저소득층은 200만~300만원이 들지도 모른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문서비스를 통한 저소득층 금연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집집마다 상담원이 방문해 금연보조제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금연 상담을 한다면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초부터 벌어진 산아제한을 위한 가족계획 사업이 좋은 예다. 상담원이 직접 방문해서 무료피임기구를 나눠주고 루프 시술을 권장한 것이 사업 성공의 배경이었다. 서 회장은 “이미 가족계획 사업의 성공 경험이 있는 만큼 저소득층 방문 금연 정책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도 과거엔 흡연자였다. 1977년 대학입학시험 이후 선배의 권유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민주화를 고민하던 당시의 대학생인 그에게 담배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러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시절인 1988년 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면서 금연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담배에 대한 각종 자료를 찾아 읽다 보니 문득 무심코 피던 한 개피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 존재인지를 알게 됐다.

그는 “‘담배 피는 것은 서서히 실행하는 자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1988년은 금연운동협의회가 창립한 해이기도 하다.

서울백병원에서 교수로 근무하면서 금연 클리닉을 열었던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금연운동협의회 활동을 통해 본격적인 대중 금연 운동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0년부터는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회장으로 활동하던 3년동안 흡연율이 하나도 줄지 않았다는데 책임감이 든다”면서 “버스 정류장에서도 담배를 피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적으로 금연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흡연율이 줄지 않는 것은 담뱃값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재차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 회장은 현재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으로 우리나라 암 퇴치를 위해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사망원인 1, 2, 3위인 암, 뇌혈관, 심혈관 질환의 직·간접적 원인은 모두 흡연”이라면서 “정부가 담배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서울대 의과대학원 박사 △인제대 의대 가정의학과 주임교수 △국립암센터 가정의학클리닉 전문의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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