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설비증설..곳곳이 '치킨게임 지뢰밭'

삼성반도체 14조 벌어 12.5조 투자
SK하이닉스 투자비 영업이익 육박
투자 확대→공급 과잉→ 가격 하락
악순환 반복땐 치킨게임 촉발 우려
  • 등록 2017-10-11 오전 5:00:02

    수정 2017-10-11 오전 5:00:02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반도체는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업종으로 꼽힌다. 한번 사이클을 타면 단박에 수 조원을 쓸어담는 ‘캐시카우’이지만, 수요 증가에 맞춰 설비 투자 등을 단행하다 보면 업체들간 ‘치킨게임’으로 번져 한순간에 몰락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투자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정작 손에 쥐는 돈은 생각보다 적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메모리 인수와 관련해 “인수가 아닌 투자”라고 말했다. 동반자로서의 협력 관계를 강조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많았지만, 양적 성장은 지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기술 혁신 없는 점유율 경쟁은 또 한번의 치킨게임을 촉발해 그룹 전체가 화(禍)를 입을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사들이는 제조 장비들 해외 의존도 높아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올 상반기 약 2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시설투자비(CAPEX)로 22조5000억원을 지출했다. 영업이익의 93% 이상을 투자비로 집행한 것이다. 장치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특성상 벌어들이는 수익만큼 투자비도 많이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만 21조2000억원을 집행해 시설투자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실적에서 반도체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4조3400억원(1분기 6조 3100억원, 2분기 8조300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시설투자비로 쓴 돈은 12조500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노광기(기판에 회로를 그려주는 장비) 등 제조 장비를 사는데 쓴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000660)는 올해 D램· 낸드 플래시 관련 시설투자에 총 9조 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했던 올해 시설투자비(7조원)에서 37% 늘린 것으로, 지난해(6조 2900억원)보다는 53%나 확대된 규모다. 올 상반기에만 5조원의 투자금액을 집행한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4조6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게 된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약 5조5000억원(1분기 2조4676억원, 2분기 3조507억원)이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시설투자비가 영업이익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투자의 역설, 다시 치킨게임 촉발할 수도

반도체업체들의 시설투자비는 수요 증가에 발맞춰 공급량을 늘리는데 쓰인다. 하지만 수요 증가세가 꺾이게 되면 업체들간의 ‘치킨게임’으로 번져 존폐의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한때 D램의 강자였던 독일 키몬다, 일본 엘피다는 치킨게임으로 사라진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2006년 인피니온의 자회사로 출범할 때만 해도 세계 2위의 D램 생산업체였던 키몬다는 2007년 치킨게임 시작후 2년 만인 2009년 파산했다. 대만업체들이 시작한 공급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당시 D램 주력제품이던 512메가비트 DDR2 D램의 가격은 6.8달러에서 0.5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가격이 10분의 1로 떨어지는데 3년도 채 안걸렸다.

치킨게임은 키몬다 파산 1년 후인 2010년 다시 펼쳐졌다. 대만과 일본 기업들이 다시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와 증산을 선언하면서 D램값이 다시 뚝뚝 떨어진 것. 당시 주력 제품이었던 1기가비트 DDR3 D램 가격은 2010년 10월 1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속절없는 가격 하락에 이번에는 D램 시장 점유율 3위였던 일본 엘피다가 5분기 연속 적자에 백기를 들었고, 미국 마이크론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낸드, 16개월 만에 하락..D램은 두달째 보합

1995년 20여곳에 달했던 D램 업체는 두 차례의 치킨 게임을 끝낸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 체제로 재편됐다. 아직 치킨게임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내년 쯤에는 반도체 가격이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불안한 신호도 감지된다. 이날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동식 저장장치(USB)용 범용 낸드플래시인 ‘128Gb(기가비트) 16Gx8 MLC’의 가격은 5.60달러로 전월보다 3.11% 떨어졌다. 1년 3개월 동안 단 한 번의 하락없이 매달 올랐던 낸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PC용 범용제품 D램인 ‘DDR4 4Gb 512Mx8 2133㎒’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25달러로 두달째 보합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올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재고 비축 수요 등에 따라 D램 가격이 폭증했으나 이 추세가 느려질 수 있고 낸드플래시 역시 장기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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