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강국의 조건]②유니콘 5위 ‘벤처생태계 성숙’…규제 등은 과제

지피클럽 추가로 유니콘 기업 총 9개, 獨과 함께 세계 5위
모태자펀드 투자·창투사 설립 완화 등 벤처생태계 성숙
美·中 유니콘 기업 75% 독식, 韓점유율 2% 불과
농어촌 숙박업 불법 등 규제, 스타트업→유니콘 도약 '걸림돌'
  • 등록 2019-07-29 오전 5:10:00

    수정 2019-07-29 오전 5:10:00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래·이재운 기자] 비바리퍼블리카는 치과의사 출신 이승건 대표가 ‘핀테크’(Fintech) 아이템을 앞세워 2013년 창업한 업체다. 이 회사는 매출액이 수천만원에 불과했던 2015년 당시, 기술력을 알아본 모태자펀드로부터 20억원을 조달했다. 이듬해엔 추가로 6억원을 수혈 받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 지난해 매출액 548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주력하는 모바일 송금서비스 ‘토스’(Toss)는 이날 현재 누적송금액이 50조원에 육박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1조원 이상 가치를 인정받고 유니콘 기업에 합류했다.

한국 유니콘 기업은 최근 지피클럽을 추가하면서 총 9개로 늘어났다. 독일과 함께 전 세계 5위 유니콘 기업 보유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한국이 진정한 ‘유니콘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규제 완화 등 여전히 과제가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한국 내 유니콘 기업은 비바리퍼블리카와 야놀자, 엘앤피코스메틱,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 위메프, 크래프톤, 쿠팡, 지피클럽 등 총 9개다. 이들 업체는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하기까지 평균 7.6년이 걸렸다. 업종은 소셜커머스와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화장품, 게임 등 다양하다. 다만 이들 업체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사업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유니콘 기업 수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6월까지 3개에 불과했던 국내 유니콘 기업은 1년여 만에 3배인 9개로 늘어났다. 이렇듯 유니콘 기업의 급증은 최근 벤처투자액 증가 등 국내 벤처생태계가 성숙한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전년 동기 1조 6327억원보다 16.3% 증가한 1조 8996억원에 달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현 추세라면 올해 벤처투자액은 사상 처음 연간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한국 유니콘 기업들은 모태자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빠른 시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모태자펀드는 모태펀드(정부가 투자한 상위펀드)가 출자한 벤처펀드를 말한다. 실제로 유니콘 기업 9개 중 크래프톤(553억원)과 위메프(100억원) 등 7개 업체가 모태자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유니콘 기업들을 포함해 모태자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벤처기업들은 실적 증가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332개 벤처기업이 모태자펀드로부터 총 6조 3732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이들 기업이 고용한 인력은 자금을 조달하기 전 6만 7320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10만 2730명으로 52.6% 늘어났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해 모태펀드가 유니콘 기업 육성과 함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이를 통해 내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다만 한국이 진정한 유니콘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 보유국은 미국(178)과 중국(91), 영국(19), 인도(16), 한국(9) 등 순이다. 전체 362개 유니콘 기업 중 미국과 중국 등 양대 국가에만 75%(269)가량이 있다. 한국은 순위로는 5위로 높지만, 점유율만 보면 2%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경우 한국에서 더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는 “미국과 중국, 영국 등 한국보다 유니콘을 많이 배출한 국가들은 꼭 필요한 규제만 두고 나머지는 다 없애는 네거티브 규제를 운영한다”며 “한국은 ‘O2O’(Online to Offline) 분야를 중심으로 업체들이 규제에 막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판 에어비앤비’로 주목 받았던 ‘다자요’는 규제로 인해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내몰렸다. 다자요는 농어촌 지역 빈집을 장기 임차한 후 정비·수리해 민박으로 운영하는 업체다. 다자요는 현재 사업을 운영 중인 제주도 외에 여러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거주자만 농어촌민박을 운영할 수 있다는 농어촌정비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혁신성장 사례로 기획재정부 등에서도 소개하는 등 주목 받았지만, 결국 규제로 인해 범법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승차공유서비스를 두고 타다와 택시업계 간 대립한 것과 관련, 정부가 내놓은 대책 역시 기업 성장 발목을 잡은 사례로 지적된다. 정부는 타다 등 모빌리티 업체가 운영대수·횟수 등에 따라 기여금을 납부할 경우 택시면허를 매입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모빌리티 업체들이 재정 부담으로 인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민화 교수는 “한국은 정부 규제로 인해 이미 유니콘 보유국 5위에서 3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지금이라도 규제 완화를 통해 유망한 업체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콘 기업이란

유니콘은 뿔과 날개가 달린 말로 전설 속 동물이다. 미국 카우보이벤처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에일린 리가 2013년 당시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을 유니콘 기업이라 명명한 후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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