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식 심장토크]똑똑한 시계, 현명한 소비자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 등록 2021-04-11 오전 8:08:18

    수정 2021-04-11 오전 8:08:18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며칠 전 외래 진료실에 중년의 여성분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찾아 오셨다. 한달에 한두번 갑작스럽게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해서, 10분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멈추는데, 가슴이 뛰는 동안에는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다가도 멈출때는 뚝 그쳐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좋아진다고 했다.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증상을 들어보니 ‘발작성 심실상성 빈맥’이라는 병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이런 류의 부정맥이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증상없을 때 시행한 검사는 정상이기 때문에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다행히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도착해서 심전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면 그 심전도를 기반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5분에서 길어야 30분정도 증상이 지속되는 시간동안 병원을 찾아서 심전도 까지 찍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래서 24시간 홀터심전도를 수차례 반복하거나, 삽입형 루프레코더라는 기기를 피하에 삽입하고 몇주간을 모니터링하거나, 아니면 입원해서 전기생리학적검사를 시행해서 진단하게 된다. 대부분 치명적인 병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잦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경과를 보기도 하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두근 거림은 일상의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환자 분께 의심되는 질환을 설명드리고, 증상이 있을 때 근처 병원에 들려서 심전도를 찍을 수 있으면 진단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그 순간 환자분이 쑥쓰럽게 웃으시면서, 요즘 광고에 보니 스마트워치에서 심전도 찍을 수 있다고 해서 스마트 워치를 사서, 두근 거릴때 한번 기록을 해 봤다고 하시고는 스마트 폰을 꺼내 기록된 심전도를 보여주셨다. 명확한 발적성 심실상성 빈맥이었다. 똑똑한 시계를 현명하게 사용한 소비자였다.

요즘 웨어러블기기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우리말로는 ‘입는기기’라는 뜻인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워치이다. 우리말로는 옷은 입는 것이고, 시계는 차는 것이고, 안경은 쓰는 것인데 영어로는 다 ‘wear’로 동일하다. 입건, 차건, 쓰건간에 공통점은 우리 몸과 지속적으로 접촉 되어있다는 점이다. 상시 접촉돼 있는 기기를 통해 우리 몸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면, 질병의 조기 발견, 지속적 상태감시, 치료효과의 평가 등 여러면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부 의료용으로 웨어러블 기기들이 개발돼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일상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스마트 워치는 공식적인 의료기기로서 인정 받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똑똑한 기기들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우리가 건강관리를 하고 진단과 치료를 하는 미래의 모습은 더 빨리 변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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