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된 주임원사…국방장관은 이런 절박함 있나 [현장에서]

주임원사들, 음주사건·사고 방지 위해 '대리기사' 자처
초급간부 충원 어려워…'군기순찰' 돌며 부대원 귀가 지원
'실수'로 사건 휘말려 임무 중단되면 부대와 개인 큰 손실
일선 간부들 희생으로 전투력 유출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
軍수뇌부, 초급간부 수급 위해 뭘했나
  • 등록 2023-01-26 오전 6:00:00

    수정 2023-01-26 오전 8:46:4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안전귀가 도우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안전하게 숙소까지’

대리운전 홍보 문구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일선 부대 주임원사들이 부대원들의 안전 귀가를 위해 기사를 자처한 것이다. 지난 해 육군 모 사단 주임원사들은 부대 내 음주사건·사고 대책을 논의하면서 각 부대 주임원사들이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일과 이후 부대 주변에서 이른바 ‘군기순찰’(안전순찰)을 돌면서 음주 후 귀가하는 부대원들을 자차로 태워다 주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부사관 후배들만 이용했지만, 지금은 초급장교나 군무원들도 연락을 한다고 한다. 주임원사들의 희생으로 현재까지 해당 사단의 음주 관련 사건은 0건이다. 이같은 방안은 타 부대에도 퍼져 당직부사관들이 음주 후 복귀하는 초급간부들을 태워주고 있다.

초급간부들은 일반 병사들과는 다르게 자발적으로 지원해 선발된 이들이다. 하지만 소위 MZ 세대 초급간부들에게 예전과 같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어려운게 현실이다. ‘군기가 빠졌다’고 비판하며 금주를 강요하는 것은 옛말이라는 얘기다.

육군 모 부대 자료사진 (출처=연합뉴스)
특히 초급간부들 역시 군복무를 대체하기 위해 입대하는 것이다. 병사의 복무여건이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병사들과 비슷한 급여에 업무강도는 세고 의무복무 기간은 길다. 장교나 부사관을 지원하는 이가 급격히 줄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수도권 대학 학군장교(ROTC) 경쟁률이 2대1을 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육군3사관학교에 500명이 합격했지만, 460여명만 가입교했다고 한다. 작년 국회 보고에 의하면 육군 부사관은 정원 대비 19.8%가 부족하다. 육군 부사관 지원율 역시 지난 해 2.2대1로 내려앉았다.

간부 충원이 여의치 않다보니 부대 차원에서는 초급간부 1명이 매우 소중하다. 이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전투를 수행하는 핵심 전투력이다. 불미스러운 사고에 엮여 임무 수행이 중단되면 부대로서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주임원사들의 귀가 지원은 이들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현장부대에선 이런 절박감으로 몸부림 치는데, 군 수뇌부는 초급장교 수급 문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꽤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일인데도, 대책은 장려금 몇 푼 더주는게 사실상 전부였다. 그러고선 학군장교 복무기간 단축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유능한 인재들이 군에 모여 전투력 보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양병(養兵)은 국방장관과 총장이 다른 일을 제쳐두고 해야 할 핵심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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