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실사용 의무 사라지자…묶여있던 빌딩들 급매로 나와"

강남 상가시장 온기 도나③
토허제 풀린 강남 상가·빌딩, 거래 재개 움직임
저금리→고금리 재산정 시기 겹치자 매도압박 급매 등장
장기적으로 매매 활황띨지는 금리 인하 여부에 달려
  • 등록 2024-01-30 오전 5:00:00

    수정 2024-01-30 오전 5: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9일 찾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A 빌딩 중개법인. 강추위가 한 풀 꺾인 날씨처럼 사무실에는 온기가 도는 듯했다. 지난해 내내 끊겼던 중개 거래가 연말부터 꿈틀거리더니 연시부터 일어나는 덕이었다. 빌딩을 내놓으려는 발걸음과 그 발걸음을 좇는 이들이 다시 사무실 문턱을 넘나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법인 관계자는 “작년은 사무실을 닫아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며 “빌딩 매매가 이뤄질 긍정적인 변수가 잇따르면서 시장이 깨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를 제외한 상가와 주택이 제외된 강남구 삼성동 일대 거리 모습.(사진=전재욱 기자)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된 것이 시장 심리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 변수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체감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16일부로 강남구 청담동·삼성동·대치동 등 세 곳의 토지거래허가 대상을 아파트로만 한정했다. 2020년 6월23일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된 지 1242일 만이다. 이로써 이 지역 상가와 빌딩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4년간 부여된 실사용 의무가 사라진 것이다. 이 기간에 묶여서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던 매물이 시장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게 빌딩 중계업계 설명이다.

최근 삼성동 모처에 있는 토지가 매물로 나온 건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한다. 시행사 개발 여건이 전보다 나아진 점을 매도 적기로 판단한 것이다. 토허제 하에서는 토지를 목적에 맞게 보유해야 해서 개발이 여의찮았다. 개발 사업은 ‘시간이 돈’이라서 사업성이 떨어지게 돼 매수를 꺼리는 요인이었다. 이 매물 사정을 아는 빌딩 중개법인 B의 관계자는 “토지를 사는 시행사는 빨리 개발해 분양해야 이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줄이는데, 토지거래허가제 탓에 이런 전략을 쓸 수가 없었다”며 “사업성이 있지만 전매제한 탓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일은 전보다 덜해질 것”이라고 했다.

상업시설 임대가 자유로워지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토허제하에 놓인 빌딩은 업무시설을 소유자가 직접 써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 실사용 의무 기간 4년 탓이다. 전 층을 모두 쓰거나 저층이라면 크게 무리가 없겠지만, 5층 이상의 중층 규모 빌딩은 매수를 포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필요한 공간 이상을 점유해야 하는 것은 비용을 부르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가 풀리면서 여유 공간을 임대로 돌리게 되니 매매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물 가운데는 고금리를 버티다가 매도 압박을 받은 것도 상당수라고 한다. 저금리 시절 낮은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대출을 일으켰다가, 나중에 금리가 오르면서 최대한의 대출에서 발생하는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매물들은 통상 급매로 분류돼 시가보다 낮은 편이다.

투자를 기다려온 매수자로서는 매력적인 상황일 수 있다. 최근 금리가 내려가리라는 기대감이 도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매물에 접근할 수 있고, 이런 환경이 토허제 해제로써 조성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강남 빌딩 거래에 숨통이 틀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것이다. 앞서 A 중개법인 관계자는 “지금은 확실히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아직 넘을 산이 많다. 금리 인하는 여전히 현실화하지 않았고,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 환경도 변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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