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민들 입장에서는 강원도가 먹고 살기 어려우니 궁여지책으로 별 희한한 소리를 다 한다고 황당해 할 지 모른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맑은 물과 공기의 원천인 산이 갖는 경제적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가능성에 주목을 하게 된다. 특히 국토의 64%가 산지(山地)라는 조건을 잘 활용해 산업(山業)을 활성화 할 수 있다면 제조업 중심의 성장엔진이 점점 식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
지난 수 십년 동안 우리 정부의 산지정책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꿔 보호하는 데 주력해 왔는데 이는 성공사례로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일제의 산림 수탈과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전국의 민둥산들이 푸르고 울창한 숲으로 뒤덮이게 됐고 전 국민이 철 따라 녹음과 단풍과 설경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우리의 산림정책은 딱 그 지점에서 멈춘 채 다음 단계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한국이 임업대국이 됐다거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산악관광을 즐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대피소에서 하룻밤 잠을 청해본 등산객이라면 이 말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정부나 민간의 강력한 산림 보호논리 때문에 전체 산지의 77%(국토의 49%)가 산지관리법 상 ‘보전산지’로 지정돼 개발과 이용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스트리아를 거쳐 일본에서 ‘산촌(山村) 자본주의’ 라는 이름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에너지-식량 자족형 경제공동체’ 실험은 쇠락하는 굴뚝산업 패러다임을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6년전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모 후보는 강원도의 산을 어떻게 해볼 수 없으니 그건 그대로 두고 산소세라도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산악관광이든 산촌경제든 산지 이용을 활성화 할 수만 있다면 그게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를 요즘 키워드에 맞춰 ‘창조 산업(山業)’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