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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한 첫 대통령 선거 공약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위기에 직면한 미 경제를 다시 끌어올리는 동시에 제조업과 일자리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슬로건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경제 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보호무역주의가 최소한 현상을 유지하거나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내놓은 보호무역주의 공약은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미 대통령이 바뀌어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물론, 트럼프 캠프에서 선수를 빼겼다는 판단아래 전세를 뒤집기 위해 미중간 무역분쟁 수위를 높이는 등 자국주의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美제조업 부활 외치며 “일자리 500만개 창출”
바이든 전 대통령은 공약을 발표하며 제조업 혁신·투자를 통해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은 미 연방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총 700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산 재화 및 제품 구매에 4000억달러, 핵심 기술 연구·개발에 3000억달러 등을 각각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폐지하고 새로운 무역협상에서 미국내 투자를 우선시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유세를 펼칠 때 실제로 언급했던 구호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하이어 아메리칸(Hire American)’이라는 두 가지 대원칙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약 발표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옳은 일을 했다. 왜냐하며 내 공약을 베꼈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는 나를 표절했지만 결코 그것을 해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처럼 보호무역주의 강조…러스트벨트 票心 확보 의도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돌연 ‘바이 아메리칸’ 공약을 들고 나오게 된 것은 대선 향방을 가를 수 있는 ‘러스트벨트(미 북동부 공업지대)’ 표심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번 대선이 “어떤 후보가 경제를 더 잘 다룰 것인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을 묻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분야는 일자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TPP 등 무역협정이 미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비판하면서 세계화 및 자유무역으로 일자리를 잃은 백인 노동자 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덕분에 소위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승리해 집권에 성공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같은 전략을 취했다는 게 미 언론들의 평가다. 폴리티코와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경합주인 러스트벨트 탈환을 위해 노동자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