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위기…시간 지나면 의료시스템 붕괴 이어질 수도”

[만났습니다①]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출산이 미래 행복 찾기란 인식 위해 지원 필요
난임부부에 희망을 인식 개선과 지원 확대도
만 5세 취학 분리불안 촉발…도입 신중해야
  • 등록 2022-08-03 오전 6:00:00

    수정 2022-08-03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저출산으로 인한 산부인과 업계 전체적인 위기가 의료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연도별 출생아수는 2012년 48만명으로 40년만에 반 토막 난 데 이어 채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에는 26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출생아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총인구는 정부 수립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에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는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그야말로 인구절벽 위기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출산율 높이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

김재연 회장은 “산부인과는 이미 10년 전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당시에 10세 이내 환자가 주요 대상인 소아과도 이후 영향을 받을 거라고 했지만 아무 대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2003년 1373개에 달했던 분만 병원은 2019년에 541개로 쪼그라들었다. 16년만에 60%가 넘는 분만 병원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절대적 숫자가 줄어들며 분만 취약지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지자체가 250개 중 65개로 26%에 달한다. 인력수급 차질도 예상되고 있다. 2020년 배출된 산부인과 전문의는 124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1~4년차 산부인과 전공의를 모두 합쳐도 432명에 그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10년 후엔 이비인후과 등 다른 의료분야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는 의료시스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그는 “아이를 낳는 일이 가정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게 아닌, ‘나의 미래 행복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일’로 받아들일 정도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특정분야에 대한 지원책이 아닌 출산율 제고만이 근본적이 해결책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아이 1명당 생필품 등의 구매 시 10%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녀할인제도를 가장 필요한 대책으로 꼽았다. 아이가 2명일 땐 20%, 3명일 땐 30% 할인을 적용하는 등의 자녀할인책의 경우 소비도 촉진시켜 경제에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같은 제도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현재 출산장려정책으로 도입 실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대가족 카드’는 자녀 숫자에 따라 30~75%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의 ‘다둥이 행복카드’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할인폭과 사용처는 훨씬 폭넓게 적용해 유럽에서 꼴찌였던 프랑스의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만 낳으면 할인받는 구조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도입 시 연간 2조원 정도씩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고나 국민연금 등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타개책으로 200조원을 쏟아넣었다. 하지만 출산율 감소세를 막을 순 없었다. 그는 “이같은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 원하는 이들에게 추가 지원必

그는 또 “아이를 안 가지려는 사람에게 아이를 갖게 하는 것보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이들이 아이를 갖게 도와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봤다. 난임은 의학적으로 피임하지 않은 상태로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시도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7쌍의 부부 중 1쌍이 이러한 문제를 겪으며, 약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는 난임 가족 추가지원을 통해 아이를 가지려는 이들이 연령이나 소득에 따른 차등과 횟수제한 없이 기회를 얻도록 해야한다는 보는 것이다. 현재 난임 시술비 지원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180%(2인 가구 기준 월538만원) 이하 가구 및 기초생활 수급자 또는 차 상위 계층 부부로 제한돼있다. 김 회장은 “소득과 상관없이 임신을 원하는 모든 난임 여성에게 지원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그는 이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후방에서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국가 차원의 난자 냉동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맞춤형 난자 냉동으로 수정률과 배아발달을 높이는 만큼 민간에서 맡고 있는 시스템을 국가 관리체계로 확대 개편해 관련 비용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는 “고위험 산모가 되기 전 난자를 냉동해두는 것도 난임 타개의 방법”이라며 “언제든 아이를 원할 때 난자를 꺼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난자 냉동 관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난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필요하다고 봤다. 난임을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늘어나는 유산의 경우 여성만의 잘못일 수 없다”며 “남편의 나이가 많을수록 유산 가능성도 커진다. 같은 35세 여성이 출산했다고 하더라도 남편의 나이에 따라 기형아나 유산 가능성은 20배 이상 높아진다”고 말했다.

임산부 코로나 백신 접종 이득 크지 않아

코로나19는 출산률 저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결혼과 출산을 코로나19 이후로 미루는 일들이 늘며 출산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는 임산부의 예방접종을 적극 권유하며 보다 안전한 출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김재연 회장은 “임산부의 경우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라 감염될 경우 중증화율이 높아질 수 있어 사실 백신을 맞아야 할 대상이 맞지만, 임산부의 접종 이후 사망 사례도 있어 이에 대한 공포감이 만만치 않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굳이 맞는 게 해법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델타변이의 경우 중증화율이 1.4%에 이르렀지만 최근 대유행 중인 코로나19 오미크론 세부변이의 중증화율이 절반 이하로 낮아지고 있어서다. 그는 “의사로서 대놓고 맞지 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임산부의 예방접종을 권하진 않는다”며 “맞으나 안 맞으나 이득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정책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봤다. 단시간에 몰아붙여 처리하기보다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제 개편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이같은 개편안을 공개했고 학부모와 교원들의 집단 반발을 사고 있다. 그는 “5세에도 아이들은 분리불안을 겪을 수 있다”며 “심할 경우 공황장애, 스펙트럼장애 등과 같은 심리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다양한 사회현상 등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해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1964년 전북 전주 출생 △전북대 의대·법대 석·박사 수료 △국가생명윤리안전정책 자문위원 △법원 행정처 전문 심리위원 △식약청 의료기기위원회 전문가위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운영위원 △현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 △현 전주에덴산부인과 원장 △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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