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유물 된 육아휴직…“대신 일할 사람 없어 못가요”

정부의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뜯어보니
근로자 절반 ‘육아휴직’ 마음 놓고 못 쓴다
중소기업일수록 ‘열악’…“대신 일할 사람 없어요”
고용장관 “바로잡을 것…비용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 등록 2023-04-01 오전 8:30:00

    수정 2023-04-01 오전 8:3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우리나라 근로자의 절반은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가지 못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근로자 수 자체가 적어 동료 근로자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었다. 중소기업일수록 열악해 육아휴직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저출산 위기에 직면한 정부는 육아휴직 등을 부여하지 않거나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등 위법하고 잘못된 기업문화는 단호히 바로잡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근로자 절반 ‘육아휴직’ 마음 놓고 못 쓴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제도에 대해 조사대상 사업체의 46.6%는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26.1%는 ‘대충 알고 있다’고 응답해 72.7%의 사업체가 제도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사업체의 13.9%는 ‘들어 본 적은 있다’, 13.5%는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국가승인통계로서 지난해 8월 22일부터 11월 9일까지 실시됐고, 전국의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중 5070개의 표본사업체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육아휴직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나,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사용하는 휴직을 말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을 경우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기준 육아휴직제도 관련 실태조사 결과(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처벌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근로자의 절반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 육아휴직 제도를 알거나 들어 본 적이 있는 사업체의 50.7%는 ‘필요한 사람은 모두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고 응답하는 것에 그쳤다. 26.4%는 ‘활용 가능하나, 직장 분위기, 대체인력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인해 충분히 사용하지 못함’이라고 응답했다. 또 이들 사업체의 22.9%는 ‘전혀 활용할 수 없음’으로 응답했다.

대기업일수록 육아휴직 활용 가능 비율도 높았다. 반면 육아휴직을 ‘전혀 활용할 수 없다’는 응답 비율은 5~9인 사업체에서는 31.2%에 달하고, 10~29인 사업체 13.9%, 30~99인 사업체 5.9%, 100~299인 사업체 4.4%, 300인 이상 사업체 1.4% 순이었다.

중소기업일수록 ‘열악’…“대신 일할 사람 없어요”

육아휴직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태조사 결과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에’라는 응답이 31.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동료·관리자의 업무 가중으로’가 25.2%,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가 23.3%,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19.7%였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에’가 5~9인 사업체에서 32.6%로 높았다.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는 10~29인 사업체에서 22.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300인 이상 규모에서는 해당 응답이 없었다.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라도 마음 놓고 신청할 수 있는 회사는 65.8%에 그쳤다. 19.5%는 ‘신청을 할 수 있는 데 부담을 느낀다’, 14.7%는 ‘여건상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언제든지 마음놓고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라는 응답이 92.3%로 가장 높고 ‘여건상 신청하기 어렵다’는 비율은 5~9인 사업체에서 19.1%로 가장 높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없는 이유의 1순위는 ‘근로자 수가 매우 적어서’(38.3%)였다. 이어 △동료 근로자의 업무 부담 증가 때문에 24.7% △대체인력 채용이 힘들기 때문에 11.6% △사내눈치 등 조직문화 때문에 8.1% △소득 감소가 걱정 되어서 7.4% 순 이었다. 근로자 모두 각자 개별 고유 업무를 하기 때문에와 회사 경영여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응답도 각각 5.8%와 4.0%였다.

고용장관 “단호히 바로잡을 것…비용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고용노동부·경제 5단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근로자 절반가량은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육아휴직은 저출산의 원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를 만나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부여하지 않거나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등 위법하고 잘못된 기업문화는 단호히 바로잡겠다”며 “아울러,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경영계의 협조도 당부했다. 이 장관은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문제인 만큼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 사용을 비용 측면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사회주체로서 역할을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기업의 준법의식이 확산되고 체계적‧합리적 인사노무관리로 국민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기업 역시 역량 있는 인재가 유입되고 업무 생산성도 높아져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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