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화재 킬러? 흰개미는 죄가 없다

  • 등록 2023-07-03 오전 6:30:00

    수정 2023-07-03 오전 8:56:29

[김연수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장] 난데 없는 해충 논란에 흰개미는 억울할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이 땅에 살아온 터줏대감으로 나무가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착한 곤충이었기 때문이다.

흰개미가 해충이 된 계기는 최근의 일이었다. 기후변화로 과거와 달리 흰개미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국보와 보물 중에서 목조건축물이 많은 우리 문화유산에 흰개미의 확산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한번 훼손된 목조문화유산은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흰개미는 단지 박멸해야 할 대상에 불과한 셈이다.

흰개미로 인한 목조건물유산 피해가 알려진 건 근래의 일이었다. 1998년 국보 해인사 장경판전이 흰개미에 의해 훼손되면서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이하 연구원)에서는 전국 927건의 문화유산을 조사했고, 이중 236건(25.4%)에 대해 흰개미 등 생물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다행인 점은 현재는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흰개미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흰개미 피해를 확인한 이후 지속적인 정기조사와 모니터링을 실시한 덕분이다. 연구원은 ‘2021년도 목조문화재 가해 생물종 조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흰개미 피해를 확인했다. 당시 경남 남해 용문사 대웅전에서 흰개미를 발견했지만 방충 방부제 도포 등 긴급방제 조처를 해 피해 확산을 막았다.

지금은 꾸준히 목조문화유산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방법도 나날이 과학적이고 전문화되고 있다. 먼저 흰개미가 가해한 흔적이나 머드터널 등 흰개미 서식 흔적을 찾아 사진을 촬영하고 기록한다. 특히 가해흔적 있는 곳은 내부가 비었는지 고무망치로 두드려 확인한다. 흰개미가 아직 서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극초단파 탐지기를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흰개미 탐지견을 투입하기도 한다. 흰개미 탐지견은 2007년 문화재청의 ‘1문화재 1지킴이’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최대 100만 배까지 발달한 후각을 이용해 흰개미가 내뿜는 페로몬 냄새를 탐지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목재 내부의 피해까지 찾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목조문화유산은 주재료가 유기질인 목재다. 생물 피해에 매우 취약하다는 말이다. 특히 피해가 한번 발생하면 원형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다. 흰개미뿐만 아니라 딱정벌레목, 벌목, 미생물 등도 목조문화유산에 피해를 주는 해충들이다. 사후 조치보다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연구원도 사전 예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먼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등 국가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생물피해 모니터링을 위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흰개미 탐지용 전자 코’와 ‘AI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모니터링시스템’도 적극 개발 중이다.

목조문화유산 관리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상승이나 습도변화는 문화유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후위기로 더 위협적인 생물도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흰개미와 같은 생물과 문화유산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예방적 연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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