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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짐 싸서 덩그러니 놓아둔 둥근 보따리. 어떤 소중한 물건인지, 자투리 천을 기우고 이어 만든 보자기로 애처롭게 싸매놨다. 작가 박용일(57)이 꾸려놓은 인생의 짐이라고 할까.
작가는 자신 혹은 주위 사람들의 사정을 보따리 풍경에 담아낸다. 몇 해 전부터 시작했다는 그 ‘보따리 그림’의 계기는 ‘철거 중인 건물’이었단다. 재개발지역에서 무너지는 건물을 주섬주섬 보따리에 싸던 게 여기까지 왔다는 건데.
결국 인생은 스스로 꿰매고 그 행위로 어떤 이를 보듬고 그 전부가 서로에게 가치 있는 일이란 은유를 다채로운 색감·형태의 보따리로 전했다. 극사실주의 풍 묘사도 한몫을 했다. 삐죽이 빠져나온 실밥으로 이젠 거의 볼 수 없는, 과거 어려웠던 시절에 열일 했을 보자기의 깊은 회한까지 더듬게 했으니.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보(譜):보(補):보(寶)’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20×120㎝. 작가 소장. 슈페리어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