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젊은 패기와 연륜이 만들어낸 '희열의 몸짓'

심사위원 리뷰
최상철 현대무용단 '그들의 논쟁'
군더더기 없는 무대, 무용수 단정한 움직임
獨 현대무용가 요스 '그린 테이블' 연상시켜
  • 등록 2024-01-29 오전 6:00:00

    수정 2024-01-29 오전 6:53:51

최상철 ‘그들의 논쟁’ 한 장면.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사단법인 대한무용협회가 2008년부터 주최해온 안무경연대회다. 2023년 본선 경연은 1차 서류심사를 통해 선정한 9개 단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7월 분당 중앙공연 야외공연장에서 공개형 경연방식으로 치러졌다. 조재혁 안무의 ‘돌’과 최상철 안무의 ‘그들이 논쟁’이 결선에 올랐다. 그해 12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치러진 결선에서는 ‘그들의 논쟁’이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들의 논쟁’은 탄츠테아터(Tanz Theater,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극무용)의 대명사이자, 21세기 최고의 안무가인 피나 바우쉬(1940~2009)의 스승으로 알려진 독일 현대무용가 쿠르트 요스(1901~1979)의 ‘그린 테이블’(Green Table)을 연상시켰다. ‘그린 테이블’은 파리 국제안무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과장된 움직임과 폭력적 장면을 통해 서구사회의 관료주의와 정치적 위선에 대한 강렬한 풍자를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최상철 현대무용단은 1992년 창단했다. 한국적 현대무용을 지향하는 최상철은 과감한 도전과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지난 30년간 한국 현대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최신작 ‘그들의 논쟁’은 2010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한 ‘논쟁’의 새 버전이다. ‘논쟁은 다름을 이기지 못하는 욕망이며, 세계를 내 안에 내 방식으로 채워 넣으려는 욕망의 다른 이름’으로, 인류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 ‘갈등과 분열, 파괴라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생성’으로 이어진다는 상징과 비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최상철 ‘그들의 논쟁’ 한 장면.
최상철 ‘그들의 논쟁’ 한 장면.
최상철 ‘그들의 논쟁’ 한 장면.
최상철 ‘그들의 논쟁’ 한 장면.
최상철은 2000년 ‘까망천사’로 춤 비평가상을 받았다. 2010년 ‘논쟁’으로 작품상을 받았고, 2018년 한국현대무용진흥회에서 ‘혼돈’으로 작품상을 받은 경력이 다수 있다. 하지만 수상소감에서 밝힌 것처럼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늦깎이로 참가한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최상철은 분명 대기만성형(大器晩成型) 무용가임이 틀림없다.

‘그들의 논쟁’이 대통령상을 받은 이유를 분석해보면, 중앙대 무용학과에서 배출한 좋은 무용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신선한 재료는 굳이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훌륭한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김정훈을 비롯해 10명의 남성 무용수들의 우수한 기량과 진지함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명쾌하고 멋지다. 평소 겸손을 최고 덕목이자 인간의 도리로 가르친 스승의 예술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울러 중견을 지나 원로 무용가의 반열에 근접해 있는 안무가 최상철의 끊임없는 도전은 그의 작품을 노쇠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군더더기 없는 무대와 무용수들의 단정한 움직임은 김재덕의 음악, 김철희의 조명과 합쳐져 오랜만에 무대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선물해줬다.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움직임과 의상, 비트가 강한 반복적인 음악에 모노톤의 단조로운 조명, 상징과 은유 등은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경계를 오갔다. 오롯이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좋은 재료와 최상의 양념을 버무려서 만든 최고의 만찬을 무대에 내놓은 최상철 안무가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은 늦은 성취를 이루는 데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설레고 기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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