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소파에 앉아 흑백TV로 즐기는 비디오아트

'비디오 빈티지: 1963~1983' 전
국립현대미술관·퐁피두센터 공동기획
백남준·앤트 팜·사무엘 베케트 등 대표작 선봬
과천관서 12월31일까지
  • 등록 2013-10-04 오전 7:06:00

    수정 2013-10-04 오전 7:06:00

앤트 팜 ‘영원한 프레임’(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대표작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라면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작은 아마도 비디오아트 선구자 백남준의 18.5m짜리 비디오타워 ‘다다익선’이 아닐까.

백남준의 혼이 숨 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원형 전시실에서 초기 비디오아트의 이모저모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되는 ‘비디오 빈티지: 1963~1983’ 전이다.

비디오아트가 태동하던 시기인 1963년부터 약 20년간의 성장 및 변화기를 테마로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1월 서울관 개관에 앞서 몇 가지 기념이 될 만한 기획전을 고심하다가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와 연결되면서 성사됐다. 마침 퐁피두센터 뉴미디어부에서 기획, 지난해 2월부터 독일·레바논 등에서 전시하던 내용을 들여왔다.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크게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초기 비디오아트의 퍼포먼스와 셀프촬영 작품, 텔레비전의 연구·실험·비평, 그리고 비디오아트의 태도·형식·개념이다. 백남준·발리 엑스포트·앤트 팜·게리 슘 등 비디오 아티스트 52명의 주요 작품 72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은 ‘빈티지’라는 이름처럼 마치 1970년대 거실을 연상시킨다. 그때 그랬던 것처럼 다소 어두운 조명 아래 소파와 구형 TV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그 안에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물들이 방영된다.

영상물은 퐁피두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것이고 배경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꾸몄다. 기획을 담당한 퐁피두센터의 크리스틴 반 아쉬 큐레이터는 “한국에서 TV 구형 모니터를 잘 구해 애초의 기획 의도대로 1970년대 거실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 중에는 백남준의 ‘버튼 해프닝’(1965)과 ‘글로벌 그루브’(1973)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버튼 해프닝’은 그가 비디오카메라를 새로 구입한 첫날, 카메라를 틀어놓고 그 앞에서 자신의 재킷 단추를 풀었다 잠궜다를 반복하는 초창기 퍼포먼스다. 그의 익살맞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글로벌 그루브’는 국악·아메리칸 댄스·아프리카 토속연주 등이 혼합된 영상이다. 신디사이저와 자석으로 화면에 변형을 줘 마치 컴퓨터 그래픽의 원형적 형태를 보는 듯하다.

미국 윌리엄 웨그먼의 ‘무제’(1973)도 흥미롭다. 15분짜리 흑백 화면에는 개가 한 마리 등장한다. ‘개의 초상’으로 유명한 작가의 또 다른 자아인 ‘맨 레이’라는 애완견이다. 웨그먼은 이 애완견과 함께 촬영한 퍼포먼스로 비디오아트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국에서 반자본주의 게릴라 캠페인을 벌였던 앤트 팜의 ‘영원한 프레임’(1975)은 TV로 중계된 최초의 비극인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암살을 재연하는 작품이다. 미국 대통령의 사망이 새로운 미디어 이벤트가 된 방식을 탐구한다. 작가들이 직접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모습은 이번 전시의 모티브가 됐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미디어 작품도 볼 수 있다. 1981년에 독일 TV에서 방영된 ‘4인용 무대 Ⅰ+Ⅱ’다. 15분짜리 이 작품에선 4명의 유령 같은 인물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해 사각형 무대의 네 코너를 돌아다니며 공간의 고정성을 깨뜨린다. 옛 유고 태생의 여성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퍼포먼스 앤솔로지’(1975), ‘신체해방’(1976) 등에서 자신의 신체를 극단적으로 실험함으로써 육체적·정신적 정화를 갈구한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금 이 시점에서 초기 비디오아트에 대해 점검해보고자 했다. 마침 퐁피두센터에서 ‘비디오 빈티지’ 전을 하고 있어 공동으로 마련하게 됐다”며 “오는 11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에 앞서 세계 유수 미술관과의 협력체제 구축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02-2188-6000.
윌리엄 웨그먼 ‘무제’(사진=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프레드 바직 등이 1973년 공동으로 참여한 미국 WGBH 방송국 프로젝트 ‘비디오: 더 웨이브’(사진=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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