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th SRE][업황진단]건설 경기, 반등해도 ‘지하’

해외 손실 이어 국내 주택 부실까지
  • 등록 2014-05-13 오전 7:00:00

    수정 2014-05-13 오전 7:0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올해 초 주식시장과 회사채시장에서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건설사 주가 상승과 함께 신용 스프레드(금리차이)도 동시에 확대된 것이다. 건설사 향후 수익성을 두고 주식 투자자는 회복에, 회사채 투자자는 재무구조 악화에 베팅한 결과였다.

올해 초 부동산 지표는 건설사 주가를 들었다 놨다 할만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012년을 저점으로 상승하면서 지난 2월 전국 잠정치가 143.8로 조사됐다. 이는 2006년 지수 집계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말 3만3000호로 역대 최대치였던 미분양 물량도 2월 말 2만9000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건설사의 주가 상승에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쏟아낸 영향이 컸다.

이런 우호적 분위기가 19회 SRE에도 일부 반영됐다. 최근 6개월 이내 업황이 악화한 산업에 건설부동산은 39명(35.78%)에게 표를 받아 3위에 올랐다. 지난 18회 SRE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 1위에 꼽혔던 점을 고려하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종전보다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끝나지 않는 적자의 악몽

그러나 크레디트 업계는 건설업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 SRE 자문단은 업황 악화가 급격히 나타난 해운, 증권산업으로 표가 쏠린 데다 건설업황 악화가 최근 6개월 내 급격히 일어났다기보다 꾸준히 나타났기 때문에 순위가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반등했다 해도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올라간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크레디트 업계의 우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사의 ‘실적 쇼크’가 계속된 영향이 크다. 실적 관련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건설사가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냈다.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AA-등급을 보유한 대림산업은 지난해 4분기 순손실 2985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대우건설은 순손실 8739억원을 나타냈다.

건설사가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국내 준공 사업장뿐 아니라 진행·미착공 사업장까지 손실이 인식됐다. 국내 주택 경기 부실을 상쇄해주던 해외 사업장이 원가율 상승으로 지난해 복병으로 작용했다면, 올해는 국내 진행·미착공 사업장이 실적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신용평가사도 6월 정기평가를 2개월 가까이 앞당겨 실시하면서 건설사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다시 부각되는 국내 부실 사업장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급보증으로 떠맡은 국내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건설사에 짐이 되고있다. 착공이 미뤄질수록 이자비용만 늘어났고 실적이 악화하면서 재무 부담도 커졌다. PF 관련 지급보증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롯데건설 2조3498억원, 대우건설 2조387억원, 현대건설 1조7015억원 등으로 우발채무는 건설사 실적에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20개 건설사의 예정·진행 사업장 잠재부실 규모는 5조13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예정 사업장의 경우 착공이 미뤄지면서 금융비용,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당초 추산보다 원가가 올라 분양 규모 대비 부실률도 11.0%로 진행 사업장 부실률의 5배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착공이 끝난 사업장이라도 위험이 남아 있다. 분양한 뒤 실제 입주까지 이뤄져야 건설사에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수요자 위주 시장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193가구에 달한다. 2009년 3월 5만1796가구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애프터리빙(After Living)제, 유동화 등으로 분양된 물량이 풀리기도 했고 건설사가 할인 분양, 입주지원금 등 분양 촉진 정책을 내놓으면서 외려 수익성 개선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도 주택시장에서 수요자가 유리한 위치를 점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올해 주택수요가 38만5000가구 정도로 추정했다. 이는 공공·민간에서 공급하는 올해 예정 준공 물량 43만8000가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NICE신용평가는 “수년 동안 문제가 된 일부 사업장의 손실을 한번에 반영하면서 지표상으로는 수익성이 나아질 수 있겠지만 국내 건설산업 환경이 비우호적이어서 가시적으로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해답은 지역·공종 다변화?

지난해 복병으로 떠오른 해외사업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건설사는 중동 건설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됐던 2009~2011년 수주한 물량에 대한 손실이 지난해 실적에 대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하지만 원가율은 건설사 내부만 아는 문제다. 한 자문위원은 “2012년 수주한 물량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올해와 내년 손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전체 공사잔량의 원가율은 92% 수준으로 원가율이 상승하기 시작한 2012년 수준만큼 높다. 더군다나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가 발주한 설계·구매·시공(EPC) 계약 가운데 절반이 여전히 국내 건설사인 점도 우려스럽다. 저가 현장의 비중이 여전히 높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는 저가 수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중동 지역에서 벗어나 신규 지역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의 계약금액 기준 수주 비중은 2012년 60.78%에서 지난해 43.31%로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종이나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중동에 처음 진출하던 때처럼 학습비용 등으로 원가율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9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9th SRE는 2014년 5월9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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