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관통하는 콘텐츠…컴백, 셰익스피어

내년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기
국내 무대서 굵직한 연극 이어져
'리어왕' 현대어로 수정 않고 원전 충실
'페리클레스' 시적 표현 최대한 살려
부산국제연극제 여섯 작품 선보여
  • 등록 2015-04-27 오전 6:41:00

    수정 2015-04-27 오전 9:10:22

‘셰익스피어는 영원하다.’ 내년 타계 400주년을 맞아 새롭게 변주한 굵직한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왼쪽부터 부산국제연극제를 통해 5월 7~9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할 오태석 연출의 ‘템테스트’, 명동예술극장의 올해 첫 제작공연인 연극 ‘리어왕’에서 리어로 변신한 배우 장두이, 예술의전당 제작 연극 ‘페라클레스’에서 열연하는 배우 유인촌이다. 유인촌은 극중 늙은 페리클레스와 해설자 1인2역을 소화한다(사진=부산국제연극제·명동예술극장·예술의전당).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광기 서린 셰익스피어 대사의 힘은 배우의 말로 관객을 울린다”(보이스연출가 류미). “내가 떠나기 전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무대에 올리고 싶다”(연출가 임영웅). “철학적이면서도 시적이다. 셰익스피어 고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배우 유인촌).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연극계에서 여전한 화두다. 400년 넘게 숱하게 공연했지만 세월의 힘에 지지 않고 시대를 꿰뚫는다. 뛰어난 상상력과 특유의 통찰로 쓴 희곡들은 문화·언어를 뛰어넘어 지금껏 무대에 오른다. 내년 타계 400주기를 앞둔 올해 국내 무대에도 굵직한 셰익스피어 연극은 이어진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연극의 주제는 국가와 문화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셰익스피어는 다르다. 시대를 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다”며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많다. 배우·연출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변주할 수 있는 것도 묘미”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상상 그 이상…‘리어왕’

“불어라, 바람아! 내 뺨이 찢어지도록. 폭우야 쏟아져라. 태풍아 몰아쳐라… 이 세상 둥근 땅덩이를 때려 창조의 모태를 부수고 배은망덕한 인간의 씨를 말려버려라.”

명동예술극장이 올해 첫 제작연극으로 선보인 ‘리어왕’ 중 한 장면. 믿었던 두 딸에게 배신 당해 황야로 내쫓긴 뒤 백발을 쥐어뜯으며 사나운 비바람과 싸우는 리어가 광기와 분노에 저주를 내뱉는다(사진=명동예술극장).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 명동예술극장 연극 ‘리어왕’(5월 10일까지) 무대. 리어왕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황야에서 울부짖었다. 2t 분량의 빗물이 무대 위로 쏟아져 내리고 뿌리째 뽑힌 나무와 바닥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리어왕을 연기한 배우 장두이의 입에서는 저주가 흘러나왔다.

셰익스피어가 작가로서 가장 성숙했던 41세 즈음에 쓴 비극이다. 희극·사극·로맨스를 두루 섭렵한 후 무르익은 필치로 써 ‘셰익스피어 비극의 정수’로 불린다. 노쇠한 리어왕이 한순간의 실수로 막내딸 코딜리어를 내치고 믿었던 두 딸에게 배신을 당해 결국 미쳐가다 죽는다는 이야기. 인간본성에서부터 빈부격차, 세대간 갈등, 노인·관습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통한 인간과 삶, 사회에 대한 각성을 담고 있다.

희곡을 번역한 윤광진 연출이 2개월 동안 7차례를 작품수정을 해 재탄생시켰다. 윤 연출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 유독 현대감각이 돋보인다. 굳이 현대어로 바꾸지 않고 원전에 충실했다”며 “요즘의 상황과 연관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이거나 변주이거나…‘페리클레스’

‘페리클레스’는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쓴 ‘4대 로맨스극’ 중 하나로, ‘로미오와 줄리엣’ ‘리처드 3세’ ‘햄릿’ 등과 함께 가장 인기를 모았던 레퍼토리다. 5월 1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예술의전당의 제작연극 ‘페리클레스’ 중 1인2역을 맡은 배우 유인촌의 연습장면(사진=예술의전당).
스스로를 ‘셰익스피어를 사모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양정웅이 연출을 맡고, ‘셰익스피어 매력에 대극장 무대 복귀를 결심했다’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배우로 나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유인촌은 극중 해설자 ‘가우어’ 역과 ‘늙은 페리클레스’ 역을 맡는다. 그는 “대사 하나하나가 시적이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대사를 썼을까 감탄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대사는 요즘 어법에 맞게 손보되 원작의 시적 표현을 최대한 살렸다. 양 연출은 “우리가 겪는 현실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게 기가 막히다. 지금도 있을 법한 잔혹한 현실을 다루지만 희망과 낭만,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진화하는 셰익스피어…부산국제연극제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제12회 부산국제연극제의 올해 주제는 ‘웰컴, 셰익스피어’다. 초청한 6개국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하나씩을 올린다. 김동석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은 “고전 중 고전인 셰익스피어야말로 연극 본연의 의미와 재미를 느끼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시대와 국가, 언어를 초월하는 고전을 세계 각국에서 어떤 식으로 다양하게 변주하는지 확인하자는 게 기획의도”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연극제를 통해 내달 7~9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태석 연출의 연극 ‘템페스트’ 중 1막 불이 난 갑판 위 장면(사진=부산국제연극제).
삼국유사와 만난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가 앙코르공연한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셰익스피어가 말하려 한 연극의 허구성과 삶의 무상함이 강렬하게 담겼다. 여기에 생략과 비약, 의외성과 즉흥성, 백중놀이와 만담, 씻김굿 등 오태석 특유의 연출법을 더했다. 우리말의 3·4조, 4·4조의 운율을 살린 것도 특징.

이외에 러시아 발틱하우스의 ‘맥베스’, 미국 캠트 극단의 ‘마리오네트 햄릿’ 등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맥베스’에는 전라 장면이 있어 19금 작품이 됐다. ‘마리오네트 햄릿’은 인형극이다. 마리오네트가 조종당하는 것처럼 주인공이 자신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표현했다 .

부산국제연극제를 통해 내달 2~5일까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체코 인형극 ‘마리오네트 햄릿’(사진=부산국제연극제).
부산국제연극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세익스피어의 고전문학을 재해석했다. 5월 9일과 10일 이틀간 부산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사진=부산국제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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