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카톡은? 커피 심부름은?…직장내 괴롭힘 어디까지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사업주, 직장 내 괴롭힘 기준·피해자 보호 등 마련
법시행 전까지 취업규칙에 예방조치 등 담아야
SNS상 폭언 등도 해당…"직장 내 괴롭힘 기준 모호"
  • 등록 2019-07-16 오전 1:00:00

    수정 2019-07-16 오후 2:46:22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A씨는 회사일 뿐 아니라 대표의 개인적인 일까지 처리해야 했다. 눈이 많이 온 날은 대표 부인의 자동차 에 쌓인 눈을 제거하는 일도 했다. 이 회사 대표는 A씨에게 대표가 농사지은 개인 밭 옥수수 수확과 판매까지 시켰다. A씨는 대표의 운전기사, 수행비서 역할까지 했다.

B씨는 직장 후배인 C씨에게 술을 사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B씨는 수시로 “아직도 날짜를 못 잡았느냐”, “성과급의 30%는 선배를 접대하는 거다”란 말로 C씨를 압박했다. 심지어 C씨가 술자리를 만들지 않자 시말서, 사유서를 쓰게 했다.

D씨는 사내 SNS를 이용해 E씨에 대한 성희롱적 발언, 음담패설을 했다. 일부 직원들이 제재를 했음에도 D씨는 장기간에 걸쳐 SNS 통해 E씨에 대한 비방행위를 계속했다.


대표적인 직장내 괴롭힘 사례들이다. 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지난 2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공개했다.

매뉴얼은 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분석해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는 내용, 직장 안에서 해결절차를 마련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 등을 담았다. 다만 처벌 규정을 명확하게 두고 있지 않고, 사안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모호해 현장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판단기준, ‘우위’를 이용 ‘업무상 적정 범위’ 넘은 행위

15일 고용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특히 사용자 뿐 아니라 근로자도 법상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사용자·근로자 사이, 근로자·근로자 사이에 직장 내에서 우위를 이용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경우다.

괴롭힘이 발생한 장소가 반드시 ‘사업장 내’일 필요는 없다. 사내 메신저·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 회식장소에서 발생한 것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직접적인 지휘 명령 관계에 놓여 있지 않아도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음을 이용했다면 지위의 우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개인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근로계약 체결시 명시한 업무와 무관한 일을 근로자 의사에 반해 지시하는 행위가 반복되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본다.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흡연·회식 참여를 강요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지속적인 폭언·욕설을 수반한 업무 지시를 한다거나 집단 따돌림, 업무수행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하는 행위 등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으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상시 1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내용을 넣어야 한다. 예시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들이 사업장의 취업규칙에 금지되는 행위로 규정된 상태에서 행위가 실제 발생하면 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요건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게 된다.

가해자 직접 처벌 규정 없어…현장 적용시 혼란클 듯

개정법에는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없다. 사업주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보다는 기업별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사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취업규칙을 우선 만들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규칙에는 △사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방교육 관련사항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행위자 제재 △재발방지조치 등을 담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만들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에서는 법 시행 전까지 의무적으로 취업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근로감독관이 1회 시정기간을 부여하는 등 취업규칙을 만들지 않은 사업장에 당장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신설할 경우 노동 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업주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건을 인지했을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취업규칙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사업주는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는 조사하는 동안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근무장소 변경·유급휴가 명령 등 조치를 해야 한다.

사용자가 만약 피해자의 피해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면 법 위반이다. 해고를 포함해 불이익을 주면 사용자는 관련 조사를 통해 형사처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사안마다 성격이 모두 다르고 기준이 모호해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모호해 바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 박 모씨(35)는 “아직까지 회사 내에서 취업규칙 변경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법 시행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떤 사안이 법 위반인지에 관한 교육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떤 사안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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