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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기한 연장이 합의되면서 장밋빛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부터 시작된 활황장이 최근의 부진을 딛고 다시 상승세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왔다.
글로벌 경제 짓누르던 미중 갈등·브렉시트 ‘숨통’
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6.87포인트(0.56%) 오른 3039.42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S&P 500지수는 대형주 위주인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와 달리 뉴욕증시 전반을 폭넓게 반영하는 지표로 꼽힌다.
가장 큰 계기는 미국과 중국간에 벌어지던 무역갈등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아마 중국과의 협상의 매우 큰 부분에 서명하는 데 있어 예정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미국과 중국 협상단은 내달 중순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미국의 관세율 인상 보류를 골자로 한 ‘1단계’ 무역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물밑 접촉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APEC 정상회담 전에라도 서명할 수 있을 정도로 양국 간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협상을 진전했다는 점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2단계)와 중국의 합의 이행 강제 장치(3단계) 등 앞으로의 합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EU 27개 회원국이 이달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 31일까지로 3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물론 EU 역내 경제에 타격이 예상되는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할 시간적 여유가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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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표적 안전자산 삼총사로 꼽히는 금·달러·채권은 미중 무역갈등 해빙 무드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올 들어 몸값이 크게 뛴 미국 달러도 시들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월 30일 99.378로 연고점을 찍은 달러 인덱스는 이날 97.76으로 주저 앉았다(달러가치 하락). 이에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지난 8월 13일 달러당 1222.20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29일 기준 전거래일 대비 7.70원 하락한(원화 가치 상승) 11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1일(1158.8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자산이 채권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폭등세를 보이던 채권값도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달 전만 하더라도 1.5% 초반대에서 거래됐던 미국 국채 10년물도 이날 1. 8439%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채권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최근 자산시장의 글로벌 동조화가 강화되면서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도 8월 19일 1.093%(3년 만기 국고채 금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현재는 1.5%까지 상승했다.
월가에서도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페어리드 스래트지의 케이티 스톡튼 창립자는 “올해 들어 나타난 상승 흐름의 연장선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듬해인) 2009년 시작된 활황장의 확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정학적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변수는 남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선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과의 분쟁은 더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상고하저’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