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큰 손' 블랙록마저 "모르겠다"…CS 쇼크에 패닉장

글로벌 금융시장 강타한 CS 위기설
블랙록마저 "위험 전이 규모 모른다"
스위스 당국 지원에 나스닥 소폭 반등
미국채·금 등 안전자산 쏠림 가속화
  • 등록 2023-03-16 오전 6:06:57

    수정 2023-03-16 오전 6:19:46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패닉에 빠졌다. 스위스계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위기설에 휩싸인 탓에 금융 시스템 리스크 공포가 미국 밖까지 확산하면서다. 이에 유럽 각국 증시가 폭락하고 뉴욕 증시는 약세에 기우는 등 위험자산 선호는 급격하게 쪼그라 들었다. 그 대신 미국 국채, 금 등 안전자산으로 대거 돈이 몰렸다.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론이 부상했음에도 투심 악화를 막지 못했다.

(사진=AFP 제공)


금융시장 강타한 CS 위기설

1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7% 하락한 3만1874.57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0% 떨어진 3891.93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장 막판 반등하며 0.05% 오른 채 마감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74% 내린 1745.94를 기록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0.16% 급등한 26.14를 나타냈다. 장중 29.91까지 치솟았다.

3대 지수는 CS 충격에 장 초반부터 급락했다. CS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SNB)이 추가적인 금융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자금 수요가 있으면 CS에 재정 지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CS는 2021년 파산한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 등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로 인해 고객 예금도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이 와중에 SNB는 지난해 지분을 9.9%까지 늘리며 위기설이 불거졌던 CS를 사실상 떠받쳤다. SNB마저 CS를 포기한다면 부도 공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CS는 특히 지난 14일 발표한 지난해 연례 보고서에서 “재무회계 부문에 대한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며 불안감을 키웠다.

CS 주가는 이날 스위스 증시에서 24.24% 폭락하며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장중 30% 이상 빠지기도 했다. 뉴욕 증시에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가격은 13.77% 내렸다. CS 외에 은행주 전반이 부진했다. JP모건체이스(-4.70%), 뱅크오브아메리카(BoA·-0.92%), 씨티그룹(-5.36%), 웰스파고(-3.24%) 등 대형은행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고, ‘제2의 SVB’ 위기설이 돌았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21.37% 떨어졌다.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1.63% 내렸다.

핑크 “위험 전이 규모 모른다”

CS 충격이 더 큰 것은 최근 미국에서 은행 파산이 이어지며 시스템 리스크 우려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2대 은행인 CS는 미국 16위 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보다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가 다시 온다면 글로벌 단위에서 벌어질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크리스 보샹 IG그룹 수석시장분석가는 “미국 지역 은행에서 시작한 위기가 갑자기 유럽의 위기로 변질했다”며 “CS가 벼랑 끝에 불안하게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라면 누구든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며 “은행권 혼란은 월가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월가 큰 손’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주주 서한을 통해 “금융당국이 SVB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전이 위험을 어느 정도 모면했다”면서도 “피해가 얼마나 확산했는지 알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고 CNBC는 전했다. 핑크 회장은 “완화적인 유동성과 규제에 따른 결과가 미국 지역은행에 어떤 결과를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여전히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83% 급락한 7344.4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3.27% 내린 1만4735.26을 기록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3.58% 하락한 6885.71에 마감했다.

이외에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4.61%)와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4.37%) 역시 4%대 폭락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 지수는 3.46% 하락한 4034.92에 거래를 마쳤다.

스위스 정책당국은 이날 유럽장 마감 직후 급히 성명을 내고 CS에 대해 “필요하다면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며 불안 심리 차단에 나섰다. 스위스 중앙은행(SNB)과 금융감독청(FINMA)은 “미국 은행권의 혼란이 스위스 금융권으로 번질 위험 징후는 없다”며 “CS가 자본·유동성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미국장 막판 나스닥 지수가 반등하며 상승 전환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제유가 역시 폭락하면서 CS 쇼크의 불똥을 맞았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5.22% 하락한 배럴당 67.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1년 12월 초 이후 최저다. 배럴당 6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1년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시스템 리스크 공포가 불거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고, 원유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미국채·금 등 안전자산 쏠림

주목할 것은 개장 전 나온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국채금리가 급락했음에도 3대 지수는 부진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금융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읽힌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6%를 기록했다. 직전월인 올해 1월(5.7%)보다 낮아졌다. 전월 대비 PPI는 0.1% 하락했다. 올해 1월 0.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0.3%)를 밑돌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PPI 역시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둔화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식료품과 에너지, 무역서비스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4% 올랐다.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한 근원물가는 0.2% 상승했다. 1월 상승률(0.5%)보다 낮다.

PPI와 동시에 나온 소매판매는 감소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과 비교해 0.4% 줄었다. 1월 2.3%보다 오름 폭이 줄었고,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했다. 인플레이션이 잦아들자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이번달 금리를 4.50~4.75%로 동결할 확률을 44.6%로 봤다. 전날 30.6%보다 높아졌다.

뉴욕채권시장은 연준 금리 동결론이 급부상하면서 강세를 보였다(채권금리 하락). 시장이 대혼돈을 겪으면서 안전한 미국 국채로 급격하게 쏠린 영향 역시 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3.725%까지 떨어졌다. 무려 50bp 이상 빠진 수준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388%까지 내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댜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5.10까지 오르며 단박에 105선을 넘어섰다. 그만큼 달러화 가치가 급등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 선물가격은 4월 인도분 기준으로 온스당 1.1% 오른 1931.30달러에 마감했다. 6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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