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떨어지는 반면 농수산물, 석유류 가격에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3월 근원물가는 2.4%, 헤드라인 물가는 3.1%로 0.7%포인트나 차이가 벌어져 작년말(0.3%포인트)보다 격차가 더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1월말 BOK이슈노트를 통해 물가안정기 신호로 △물가에 대한 합리적 무관심 △특정 부문의 물가 충격이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지 않음 △물가가 일시 등락하더라도 기조적으로 목표 수준 근방에 머물러 있음 등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사과 등이 오르면서 생활물가 상승률은 3.8%로 외려 상승세가 두 달째 확대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2%로 5개월 만에 반등했다.
기준금리를 통해 사과, 석유류 가격을 내릴 수는 없어도 소비자 물가를 무시하고 근원물가의 하락세만 따라 금리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목표치의 기준이 되는 물가는 소비자 물가일 뿐 아니라 생활물가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기록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의 지연 가능성 등에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를 찍어 수입물가가 다시 오를 위험이 커졌다.
‘깜빡이’를 너무 일찍 켜게 되면 한은이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올해는 슈퍼 선거의 해인데다 곳곳의 지정학적 갈등 등 경제 외적인 영역이 환율, 석유류 등 물가 변수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
너무 이른 깜빡이는 마치 몇 개월 뒤에 사귀자고 고백하겠다는 ‘썸남(녀)’과 같다. 수 개월동안 별의 별일들이 생길 텐데 그럴 때마다 과연 고백(금리 인하)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설사 사귀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수개월간 맘을 들었다놨다한 상대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깜빡이 켜고 그 길로 직진하지 못할 바에는 안 켜느니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