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왜 사냐건 웃지요

  • 등록 2003-06-03 오전 8:10:00

    수정 2003-06-03 오전 8:10:00

[edaily] 시인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제목의 시를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왜 사냐건 웃지요 라는 대목은 참 인상 깊었습니다. “Why do you live?”의 질문에 대해 시인은 그냥 웃고 만다는 뜻이겠지만, 시장에서 치고 박는 사람들에겐 사고 파는 것이 바로 살아가는 일이기에 오늘의 제목은 “Why do you buy?”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시장에서 호의적 반응보다는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들으면서도 당국은 최근까지 꾸준히 환율을 받쳐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사냐고 물으면…… 아마 알 듯 모를듯한 웃음만 보여줄 것 같습니다. 당국이 아님에도 1190원대에서는 (달러를) 사겠다고 나섰던 세력들에게 물어 보더라도 그들 또한 웃을 것 같습니다. ◈ 사고 싶은 조짐들 그저 모니터와 차트나 쳐다보고 은행권 딜러나 업체딜러, 그리고 전국 각지에 이름 없이 묻혀있는 무림 고수들과의 대화로 시장을 쫓아가는 필자가 어찌 당국의 깊은 뜻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당국의 개입이라는 변수까지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팩터(factor)로 인정하며 거래를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왜 그들이 사고 싶었는지 그 이유를 몇 가지 짐작할 수 있었다. 첫째, 달러반등 가능성을 언급하는 전망이나 시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말은 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에게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상식인데, 상승과 하락으로 팽팽하게 시장 내의 전망이 갈릴 때가 오르기도 하다가 빠지기도 하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어느 한 방향으로 전망이 급격히 쏠릴 때는 의외로 거래하기에 편한 때다. 작년 4월 ‘글로벌 달러약세’가 폭발하기 직전 달러/엔 환율이 135엔대 공방을 펼치던 때를 상기해 보자. 140엔, 150이란 레벨이 아무에게서나 쉽게 나오고 왕년의 ‘미스터 엔’사카키바라 교수나 시오카와 재무상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전망도 ‘엔화의 지속적인 약세’였다. 지난 3월과 4월 1260원대 공방으로 시장이 후끈 달구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그 이름만으로도 세상이 권위를 인정해주는 해외 투자은행들의 환율 전망은 “6월 말 달러/원 1325원” 이런 식이었다. 이제 6월 말까지 한 달 가량 시간이 남았으니 그들의 전망이 귀신같이 맞아 들어갈 수도 있겠으나, 1260원에서 1190원까지 크게 밀렸다가 오르는 1325원이라면 그 전망 믿고 거래한 사람들에게서 돈 벌었다는 얘기를 듣기는 어렵다. 환율뿐만 아니라 주가나 금리 또한 마찬가지다. 모두가 오른다고만(내린다고만) 얘기할 때는 시장에서는 이제 더 이상의 추가매수세(추가매도세)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면 정답이다. 그리고 부지런히 인터넷을 통해 시황과 전망을 쫓아가는 사람들은 거의 90%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인디케이터’가 몇 가지 있음을 알고있다. 그러한 인디케이터들이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일방으로의 급락 혹은 급등에 대한 집착을 보이면 그 날 혹은 바로 다음 날부터 시장이 돌아서는 것을 우리는 경험해 왔다. 이번에도 인디케이터는 정확하게 그 역할과 사명을 감당한 듯 하다. 둘째, 조지 소로스가 달러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동네방네 광고를 했다. 앞서 말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왜 조지 소로스가 저런 중요한 얘기를 지금에 와서 할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보면 달러를 사야만 했다. 소로스가 누구인가? 1992년 무렵 영란은행(Bank of England)과 일본은행(BOJ)의 금고를 거덜 낸 적 있는 헤지펀드 계의 거물 아닌가? 달러약세가 맞다면, 그러한 어마어마한 비밀을 TV인터뷰를 통해 전세계인들에게 광고하기에 앞서 자기가 먼저 달러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 소로스가 달러 더 빠진다더라며 사람들이 매도공세에 나선 이후 자신이 달러를 팔려면 포지션 단가는 더 나빠질텐데, 왜 소로스는 그런 자선행위(?)를 할까? 지난 5월 20일 소로스의 CNBC 인터뷰 때 발언내용을 옮겨보자. “미국 재무장관이 하는 말(존 스노우 장관의 달러약세 환영 발언)을 들었으니 달러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해야겠다. 달러 대신 금과 유로를 사들이고 있으며 호주와 캐나다 및 뉴질랜드 달러 역시 매수하고 있다.”…… 그럼 이제 5월 20일 이후 각 통화별 시세를 확인해 본다. EUR/USD : 1.1710(5/20)…1.1930(5/27일 최고치)…1.1725(6/2 오후 2시 45분 현재) USD/JPY : 116.68(5/20)…116.15(5/27 최저치)…119.00(6/2 오후 2시 45분 현재) USD/CAD : 1.3498(5/20)…1.3401(5/21 최저치)…1.3690(6/2 오후 2시 45분 현재) AUD/USD : 0.6581(5/20)…0.6626(5/27 최고치)…0.6504(6/2 오후 2시 45분 현재) Gold : 367.75달러(5/20)…374.40달러(5/27 최고치)…361.70달러(6/1 뉴욕 종가) 제자리 걸음이나 다름없는 유로화를 제외하고 엔화, 캐나다 달러화, 호주 달러, 금값 등이 모두 소로스가 말한 방향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소로스의 발언 이후 일주일 정도 시장은 기존의 추세를 이어가기 위한 몸부림(?)을 보여 5월 27일 달러약세가 피크를 이룬 시점을 보더라도 소로스의 말은 별 영양가 없었으며, 5월 마지막 날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의 급등으로 뉴욕증시와 달러 공히 큰 폭의 랠리를 보임으로써 6월 첫 거래일에 확인되는 달러시세와 금 시세는 그가 엉뚱한(?) 소리를 했을 수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끔 한다. 그러나 소로스는 엉뚱한 소리를 한 것이 아니다. 그가 존 스노우 장관의 발언을 듣고 달러약세를 기대하여 달러매도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달러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음을 공개해야겠다고 말한 것 뿐이다. 자신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지만, 그 말이 자칫 “소로스도 달러의 추가약세를 전망한다.”고 오해할 세력들의 매도로 좀 더 나은 (달러) 숏커버링 레벨을 얻은 것 뿐이다. 셋째, 아무리 추세의 힘이 강하다지만 유로화는 1.19 달러 레벨을, 달러/엔은 115엔 레벨을 단숨에 돌파하기 쉽지않음이 차트에 나타나고 있었다. 설령 글로벌 달러약세가 피할 수 없는 길이라 하더라도 유로화가 단숨에 1.19 달러를 넘어 1.20이라는 Big figure를 갈아치우고, 달러/엔 환율이 115엔이 무너지면서 아래쪽으로 이렇다 할 달러 지지선을 짚어내기 어려운 장세로 가기에는 기존의 투기적 달러 숏포지션의 정리과정이 필요함을 차트는 몇 주간에 걸쳐 예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뉴욕증시가 위로 방향을 확실히 잡아 나가는 마당에 달러만 내리 추락의 길을 고수한다는 것도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이다. 달러/원 환율의 경우 이번에도 3주간에 걸친 1190원대 바닥 형성은 ‘당국의 꾸준한 개입’이라는 변수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나 지난 번 1260원대 공방에서도 시장이 돌아선 것은 당국의 개입 때문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때는 그런 식으로 시장이 돌아서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1260원에서 매도개입을 짜증스러워 했던 세력들은 이번에도 1190원대 초반에서의 매수개입이 여간 못마땅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1207원대에서 거래되는 시장에서 물어보면 1195원은 눈 감고 달러를 살 레벨이라고들 한다. 말이 안되는 것 같다가도 며칠 지나면 그 나름대로 이해되고 타당해 보이는 것이 시장이기도 하다. ◈ 6월 초 장세 전망 믿거나 말거나(Believe it or not…)의 내용이 되겠지만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잘난 네가 환율 어떻게 될지 얘기해 봐라.”는 주문에 답할 때다. 시카고 PMI가 왼손 잽이었다면(4월의 47.6에서 5월 52.2로 급등,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지수 50을 상회한 것에 시장이 고무됨), 오늘 밤 발표될 ISM 지수는 체중 실린 라이트 훅이 될 가능성이 크다. ISM 지수도 50을 상회한다면(3월 46.2, 4월 45.4) 다우존스 지수는 120주간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9400대 후반까지, 나스닥의 경우 지수 1900대 중반까지는 상승탄력이 붙을 수가 있으며 그렇다면 달러화의 반등도 좀 더 이어질 수 있다. 유로/달러의 경우 1.16달러 선이 무너지면 조정의 폭이 꽤 깊어질 수가 있으며, 그 모멘텀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엔 환율은 기술적으로 1차 타겟인 120엔 터치 이후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되는데, 아무래도 110엔대냐 120엔대냐의 결정을 하루 이틀의 시간 만으로 결정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국내 외환시장은 이제 또 헷갈리는 장세가 왔다. 달러 반등을 쫓아가자니 주식시장이 좋고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규모도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 며칠 간의 달러/엔 급등은 그 동안 상대적으로 높아졌던 엔/원 환율의 하락조정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 1208원의 저항선을 뚫고 1210원대에 진입하여 1224원 정도로 나타나는 기술적 타겟을 향한 반등 랠리는 아무래도 달러/엔 환율의 120엔 돌파를 확인해야 가능할 것 같다. 작년 4월 하순 이후 1년 가량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면서 이제 달러/원 시장은 웬만한 재료로는 급등 혹은 급락이 모두 어려운 장세가 되었다. 워낙 출렁이는 장세 하에서 헷지(hedge)가 필요한 세력들의 조치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고, 추격매수나 추격매도 그 어느 쪽도 돈 안 된다는 학습효과가 시장 전반에 확산되어 있다. 그리고 ‘당국의 힘’도 수 차례에 걸쳐 확인되었다. 앞서 말한 ISM 지수의 호조로 인한 뉴욕증시와 달러가치의 상승세 전망은 내일 아침 당장에는 괜한 소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 뉴욕증시와 달러화의 ‘단기’추세는 상승 추세이다. 국내 증시의 추세도 단기적으로는 상승 추세이다. 서울 외환시장의 참여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지는 6월 초 장세이다. 어선 몇 척으로 계속 NLL을 침범하는 북한이 어선 말고 군함을 내려보낸다든지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런 식으로 국내외 증시와 외환시장의 동향으로 환율을 전망한다는 자체가 넌센스가 될 것이며, 그 동안 어영부영 잠복해 버린 국내 경제의 악화된 펀더멘털 내용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막연히 해외 시장의 움직임대로 우리 금융시장이 따라가리라는 전망도 쓸데없는 것이 된다. 그 때에는 다시 그런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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