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성공한 떡볶이 '덕후'…"일단 저지르세요"

김관훈 두끼떡볶이 대표, 포털사이트 카페 운영자 출신 이력 독특
연예인 '조공' 푸드트럭 성공에서 프랜차이즈 창업까지
떡볶이 세계화의 꿈…"저질러 놓고 진심 다하면 된다"
  • 등록 2018-02-20 오전 5:30:00

    수정 2018-02-20 오전 5:30:00

김관훈 두끼떡볶이 대표는 떡볶이 유명 포털 사이트 카페 ‘떡볶이의 모든 것’운영자다. 전국의 모든 떡볶이를 다 먹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떡볶이 사랑이 대단하다. 지금은 프랜차이즈 두끼떡볶이의 대표로 떡볶이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아주머니, 이 떡볶이 차 얼마에요?”

“네, 얼마치 드릴까요?”

“아뇨, 떡볶이 말고 이 차 얼마냐구요.”

“뜬금 없이 무슨 소리야…한 400만원?”

“주세요.”

지난 7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두끼떡볶이 본사에서 만난 김관후(39) 대표는 창업 준비 시절 모란시장에서 있었던 일화 한 토막을 들려주며 “당시엔 그 차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껄껄 웃었다. 자신을 ‘성공한 떡볶이 덕후’(한 분야에 몰두한 사람)라 소개한 김 대표는 동그란 안경테를 쓴 모습이 만화 ‘영심이’의 캐릭터 ‘영태’를 떠올리게 했다. 영태와 달리 빠른 말투로 이런 저런 얘기를 쏟아내는 모습은 장난기 충만한 소년 같았다.

남들처럼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쳇바퀴 돌 듯 하는 삶은 무료했다. 그러다 자신이 진짜 애정을 갖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떡볶이를 떠올렸다. 당시 김 대표가 살던 집 옆에 유명한 떡볶이 포장마차가 있었는데, 맛도 일품이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게 해 준 매개체 역할을 해 준 추억을 갖고 있어서다.

2011년 한 포털 사이트에서 ‘떡볶이의 모든것’이란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면서 7년 간의 직장생활을 접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떡볶이에 대한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한 분야에 미쳐있다시피 하니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개설 당시 몇 명 되지 않던 카페 회원도 약 4만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던 중 카페의 ‘정모’(정기모임)에서 한 회원이 김 대표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촬영장에서 맛볼 수 있게 하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스쳐가듯 했다. 이튿날 바로 모란시장으로 달려간 김 대표는 떡볶이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한 아주머니에게 400만원을 주고 차를 구입했다. 직장을 그만둔 뒤 카페만 운영하던 ‘백수’ 신세였던 터라 가진 돈 전부를 탈탈 털어 넣다시피 했다.

김 대표는 “무슨 특별한 계획을 세워둔 것도 아니었다”며 “처음 당구를 배울 때 천장에 당구공의 길이 보이듯, 떡볶이 차를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돌이켰다.

우선 단순히 포장마차로 보이는 떡볶이 차를 ‘떡볶이의 모든 것’(떡모)을 알릴 수 있도록 새로 단장했다. 일단 200~300명이 모이는 카페 체육대회에 떡볶이를 나눠주는 용도로 영업 아닌 영업을 시작했다.

하루는 가수 겸 배우인 수지의 팬인 한 회원이 당시 수지와 이승기가 함께 출연해 인기가 높았던 드라마 ‘구가의 서’ 촬영 현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에게 300만원짜리 슬리퍼를 선물하는 등 연예인 팬들 사이에선 값비싼 ‘조공 문화’가 퍼져 있던 때였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떡볶이 차를 끌고 촬영 현장에 ‘떡볶이 조공’을 다녀오자 현장 반응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김밥이나 햄버거로만 끼니를 때우던 촬영 현장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새벽 시간에 따뜻한 떡볶이와 어묵을 먹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혁신적이었다. 팬과 배우 뿐 아니라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함께 고마움을 느껴 현장에서 배우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간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이런 문화가 퍼지면서 김 대표는 떡볶이 차를 ‘푸드트럭’이라 이름짓고 이와 관련한 도메인도 모두 가져왔다. 지난 정부 시절 푸드트럭 합법화를 위해 일했던 것도 이같은 활동이 배경이 됐다. 현재 약 10여대의 ‘떡모 푸드트럭’이 촬영 현장을 누비며 국내외 팬들의 ‘조공’을 책임지고 있다.

두끼떡볶이 푸드 트럭.(사진=두끼떡볶이)
푸드트럭의 성공은 두끼떡볶이의 창업과도 직간접적 연관이 있다.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적은 ‘떡볶이의 세계화’다. 푸드트럭을 통해 1600회에 걸쳐 연예인들에게 떡볶이를 선물한 건 팬들로부터 발생하는 수익도 있지만, 해외에 있는 팬들이 떡볶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지난 2015년 즉석떡볶이 브랜드 두끼떡볶이를 창업할 때 역시 큰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보다는 떡볶이를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로 삼겠다는 목적이 더 컸다.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넣어 만들어 먹는 즉석떡볶이 형태를 취한 것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아직은 해외 현지에서 즐겨먹는 식재료를 더하거나 쫄깃한 식감을 싫어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스파게티 면의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어떤 형태로든 떡볶이를 먼저 알리면 나중에는 지금 우리가 먹는 떡볶이를 전 세계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피자가 들어왔을 때 도우가 두툼하게 변형된 형태였지만 점차 피자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란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국내 영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두끼떡볶이는 오픈 3년 만에 전국에서 13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마다 길게 줄을 늘어서 먹을 정도로 인기도 높다. 2016년도, 2017년도 월평균 가맹점 매출액이 5000만원 이상일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도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두끼떡볶이 푸드트럭을 통해 받은 사랑을 되돌리기 위한 활동도 시작했다. 본사를 방문하면 ‘두끼떡볶이’를 위트있게 꾸민 대형 트럭을 볼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연을 신청하면 직접 찾아가 최대 300명에게 떡볶이를 선물하기 위한 푸드트럭이다. ‘떡모 푸드트럭’이 연예인들에 대한 ‘조공’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면, ‘두끼 푸드트럭’은 떡볶이를 사랑해 준 일반 소비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이뤄진다.

언제나 재미있는 상상력을 현실에 펼쳐놓는 김 대표의 성공 비결은 ‘일단 저지르는 것’이다.

그는 “과하거나 절망적이지만 않는 일이라면 일단 저지르고 나서 진심을 다 하다 보면 된다”며 “대부분은 저지르지 못해서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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