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49) 콜라에 얼음 넣으면 왜 거품이 생길까?

얼음엔 갈라진 틈 많아 이산화탄소 달라붙어 거품 생성…식당 얼음은 젖은 얼음이라 덜해
갈라진 틈 '핵생성 사이트', 기체가 쉽게 거품으로 변할 수 있게 도와줘
표면적 큰 멘토스, 스크래치 맥주잔 거품 생성 원리도 같아
  • 등록 2019-10-27 오전 9:16:00

    수정 2019-10-27 오전 9:16: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그 특유의 청량감으로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사랑 받아 온 음료다. 때론 이 탄산음료를 더 시원하게 먹기 위해 얼음을 넣기도 하는데 그때 우리는 거품이 발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코카콜라 광고 영상 캡처. 사진=코카콜라 홈페이지.
특히 집의 냉동고에서 갓 꺼낸 각얼음을 콜라에 넣으면 거품이 과하게 많이 생긴다. 반대로 패스트푸드점에서 탄산음료에 얼음을 넣으면 거품은 집에서 만큼 많이 생기지 않는다.

콜라에는 많은 이산화탄소가 탄산의 형태로 녹아 있다. 우리가 대용량 파일을 알집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압축하듯이 많은 이산화탄소가 압축돼 있다. 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매우 불안정해 압축된 공간에서 탈출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이산화탄소가 대량 압축돼 있는 콜라에 얼음이 아닌 손가락을 넣어 본다면 어떨까. 손가락은 주름이 많아 갈라져 있고 이 부분에 이산화탄소 기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하게 달라붙어 거품을 생성하게 된다.

얼음도 마찬가지다. 얼음도 언뜻 보기엔 표면이 매끈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갈라져 있는 여러 틈이 많다. 갈라져서 이처럼 기체가 쉽게 거품으로 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소를 ‘핵생성 사이트(nucleation site)’라고 한다.

그런데 집 얼음과 패스트푸드점 얼음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것은 바로 물이다. 식당의 얼음은 보통 제빙기로 얼리기 때문에 약간 녹아 있는 상태의 얼음인 반면 가정의 얼음은 냉동실에서 바로 꺼내기 때문에 얼음 표면이 말라 있다. 얼음이 물에 젖어 있으면 콜라 속에서 압축된 상태로 있는 이산화탄소 기체는 콜라와 같은 액체인 물에 닿기 때문에 거품이 더 적게 생성되는 것이다. 마른 얼음은 갈라진 틈이 많고 젖은 얼음은 상대적으로 갈라진 틈이 물로 인해 줄어든 상태인 것이다.

이 현상을 좀 더 다르게 표현하자면 표면적이 큰 불순물을 액체 속에 갇힌 이산화탄소와 접촉시킬 경우 그 불순물은 핵생성 사이트가 돼 거품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민트 캔디 브랜드인 멘토스(Mentos)도 마찬가지다. 멘토스 역시 겉으로 보면 외부가 반들반들해 보이지만 실제 표면은 매우 거칠다. 즉 표면적이 매우 넓다. 멘토스를 손으로 살짝만 눌러 봐도 많은 주름이 생기는 것을 통해 우리는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멘토스를 콜라에 넣을 경우 격렬한 이산화탄소 거품이 생성되는 이유다.

이 같은 핵생성 사이트의 원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맥주잔에 레이저로 미세한 스크래치를 내면 맥주가 그 틈에 닿았을 때 기포가 많이 생겨 청량감을 강조할 수 있는 식이다.

도움말=이경오 과학커뮤니케이터.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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