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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물의 뒷모습'...삶·세계의 진실 찾고파"

30년 회고전 '사물의 뒷모습'
"평범한 사물의 뒷모습에서 세계의 진실 보고자"
  • 등록 2021-05-18 오전 6:00:00

    수정 2021-05-18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농담으로 나는 30분짜리 예술가라고 한다. 월급을 받는 교수 작가에서 원래의 전업 작가로 돌아온 만큼 뭐든 30분씩이라도 열심히 노력해 조금 더 앞으로 가볼 생각이다.”

안규철 작가가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에 설치된 자신의 작품 ‘무명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Ⅱ’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국제갤러리)
23년간의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원 교수를 지난해 정년퇴직하고 전업 작가로 돌아온 안규철 작가(66)는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 안 작가는 그간의 작업을 돌아보는 회고전 ‘사물의 뒷모습’을 지난 13일부터 7월 4일까지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최한다. 최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안 작가는 “전업 작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유롭고 새삼스럽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편안한 미소가 얼굴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개념 미술가’로 작가가 지난 30여년 동안 해온 활동을 압축적으로 돌아본다. 앞만 바라보며 달려오듯 전시를 해 온 그가 그동안의 작품을 돌아보며 미흡했던 점과 보완할 점을 고민해보고자 마련했다. 이번 전시 제목 ‘사물의 뒷모습’도 그간 작가 활동의 핵심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뒷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고 하듯, 우리 일상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평범한 사물의 뒷모습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삶과 세계의 진실을 발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첫 개인전부터 최근까지 30년간 해온 오브제, 회화, 드로잉 등 작품 40여 점을 공개한다. 일부 소실된 작품은 복원하거나 보완시킨 형태로 재현했다.

1992년 독일에서 연 첫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 ‘예술가를 위한 5개 질문’ 앞에 선 작가는 “90년대 독일 유학생활 당시 제 자화상과 같은 작품”이라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벽면에는 독일어로 각각 ‘인생’ ‘예술’이라고 적힌 두 개의 문이 있다. ‘인생’이 적힌 문은 손잡이가 없어 열고 들어갈 수가 없다. ‘예술’이 적힌 문은 손잡이가 5개나 돼 들어가기 힘들다. 그 앞에는 화분 위에 죽은 나무로 만든 의자가 심겨 있다. 그는 “인생과 예술 사이 어중간한 중간지대에 있던 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며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광주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관객 참여형 작품 ‘그림을 찾습니다’의 원본을 구현한 작품도 공개했다. 당시 캔버스 200개에 소용돌이치는 바다 풍경을 그린 그림을 안 작가는 광주 시내, 숲 곳곳에 버린 후 지역 신문에 ‘그림을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냈다. 이때 작가에게 돌아온 작품은 20여 점으로 나머지 180점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설치한 작품은 이들 20여점이다. 안 작가는 “광주 길거리에 버려진 작품은 유령처럼 어딘가 떠돌고 있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실종자라고 생각한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안 작가는 앞서 3월 전시 제목과 동명의 책 ‘사물의 뒷모습’을 출간하기도 했다. 작가가 지난 2014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과 그림 69편을 엮었다. 안 작가는 “글쓰기는 제 아이디어 창고”라며 “글과 작품 사이 구분 없이 생각을 담아 전달하고 싶다”고 책 출간 이유를 덧붙였다.

안규철 ‘사소한 사건’(1999·2021)(사진=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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