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서 얻어야 할 '네 가지'

이권형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 등록 2023-10-24 오전 5:20:00

    수정 2023-10-24 오전 5:20:00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최근 불거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중동발(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사실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있기 직전까지는 중동지역의 평화와 메가 건설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여기에는 중동의 핵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이 컸다. 순니-시아 갈등을 겪고 있었던 이란과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오랜 세월 아랍의 적대국이었던 이스라엘과도 수교 협상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제 중동 평화의 분위기는 위축되는 듯 보이고, 우리에게는 당장 에너지 비용 상승과 물가 불안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위험이 증대되는 속에서 이뤄진 이번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에너지 안보다. 1970년대 겪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은 중동 산유국과의 에너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금도 국내 원유 수입의 38%는 사우디에 의존하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물량의 21%는 카타르산이다. 중동 산유국과의 에너지 안보 협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 실현된 이후에도 지속돼야 한다. 미래 에너지원인 그린 수소의 도입처를 확보하고, 국내에서 배출된 탄소의 저장소를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해양 안보다. 원유와 LNG는 모두 바다로부터 들어온다. 다른 대부분의 교역 물량도 해상 물류를 통해 이동한다. 중동지역의 분쟁이 해상 물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에너지원의 도입과 우리 제조상품의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제조 및 통상 강국으로서의 한국은 해양 안보를 위해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더 나아가 조선·해양 플랜트, 해양·해저자원 개발, 해양에너지, 해양 바이오, 해양 관광 등 미래해양산업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해양안보와 해양산업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렛대 삼아 아세안과 인도를 넘어 중동에 이르는 포괄적인 지역 범위로 협력 공간을 넓힐 필요가 있다.

셋째, 혁신 파트너십 구축이다. 중동 산유국은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산업다각화와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석유 관련 산업 이외에 디지털, 모빌리티, 청정에너지, 바이오, 스마트농업,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미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실행 중이다. 사우디의 네옴시티 역시 단순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첨단 기술과 산업을 접목한 탄소중립 시대의 스마트시티를 세우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사우디의 비전 2030 중점 협력국으로서 우리가 갖고 있는 첨단기술과 산업화 경험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혁신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동에 살고 있는 현지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번 분쟁에서 우리가 사태 해결을 위한 직접적인 중재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민의 슬픔을 공감하고 난민 지원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이미 이번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민간인을 돕기 위해 2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앞으로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지역에 ODA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중동 분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중동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교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로써 한국과 중동은 경제협력과 안보협력 차원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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