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 교수 "싸워야 청춘이다"

  • 등록 2013-04-12 오전 7:54:50

    수정 2013-04-12 오전 7:54:50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원복연구실에서 유학시절 이야기를 하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대학을 취업학원이 아닌 학문의 전당으로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정한 ‘대학인’(大學人)들이 있다. 명강의로, 학문적 성취로 존경받는 교수들을 찾아 그들의 가르침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깔끔하게 정리된 방 한쪽 벽에 조각배가 그려진 그림이 걸려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잠시 쉬는 중인지, 다시 떠날 여행을 기다리는 중인지 알 수 없다. 반대편 벽엔 빨간색, 파란색 선이 가득한 세계지도가 보인다. 그 앞 책상엔 갈색 지구본과 펜으로 꽉 찬 커다란 연필꽃이 대여섯 개가 놓여있다. ‘에스파냐’라는 가깝고 먼 나라로 33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67) 덕성여대 석좌교수의 연구실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1년 연재를 시작한 이후 1700만권이 넘게 팔렸다. 책을 읽으며 세계여행을 꿈꿨던 아이들이 자라 자신의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

“시원섭섭해요. 그런데 생각보다 큰 감회는 없어요. 작업은 계속 되니까...”

막상 작업을 마무리한 이 교수는 덤덤했다. 실제 그는 지역별로 엮은 ‘가로세로 세계사’를 준비 중이다. 벌써 세 권이 나왔다. 200여 개가 넘는 나라가 사실은 지역으로 얽혀 있고, 이들이 지닌 공통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지금은 익숙한 ‘학습만화’라는 장르를 처음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다니다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가 선택한 전공은 디자인과 철학, 서양미술사였다. 지금의 20대가 보기엔 무모한 선택이다. 안정된 삶을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찾겠다는 도전은 ‘집에 돈이 많아서 다른 걱정은 없었나봐’로 비칠 법 하다. 그는 불안하지 않았을까.

그 답으로 그는 “내가 워낙 낙천주의자라”라며 웃음으로 답했다.

“10년간 유학생활하며 통장에 돈이 최고 많았을 때가 100만원이었어요.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었고. 다만 내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했고 그게 만화였죠.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불안해서 못 살지.”

빠르게 변하는, 그래서 불안한 현실 속에서 안정된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그는 삶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어떻게 하면 긴 안목을 가질 수 있을까. 그는 ‘아날로그적 삶’을 이야기했다. 그가 말하는 아날로그의 중심은 책과 사람이다.

“아날로그는 상대가 있어야죠. 디지털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는 그게 아니니까. 친구와 만나서 토론도 하고 연애도 하고. 그렇게 젊은 시절의 고민을 나누는 게 중요해요. 또 내 인생의 기본이 됐던 게 어릴 적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이에요. 공부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런 경험을 쌓아야 세상을 길게 볼 수 있죠.”

그는 무엇보다도 도전을 강조했다.

“조율만 하고 있으면 절대 못 던져요. 주사위는 던져야지. 나는 싸워야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남이 쓰다듬어 주기만 바라지 말고. 유리 천장이 단단해 보이고 어려운 시대지만 반드시 길이 있습니다. 길이 없을 수는 없어. 그걸 찾는 게 힘들겠지만 반드시 길은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원복연구실에서 아프리카 케냐에서 사온 조각상을 보여주며 아프리카를 여행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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