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계획 꼼꼼히 따져봤나…의문점 3가지

①기름 다량 있던 D데크에 구멍 뚫은 이유
②사고원인 규명할 스테빌라이저 절단 명시하지 않은 이유
③정확히 산정 못한 선체 무게
  • 등록 2017-04-27 오전 5:00:00

    수정 2017-04-27 오전 8:03:18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이 지난달 2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인양 구역에서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목포=이데일리 이승현 윤여진 기자] 세월호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보고서를 보면 해양수산부가 인양계획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채 실제 인양을 추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된다. 정부는 상하이샐비지가 보고서 ‘로로선 세월호의 잔해복구-완료작업 요약과 새로운 인양방법 도입’에서 제시한 새 인양방법(잭킹바지선-반잠수식 선박 이용)을 수용했지만 계획 이행이 부실했거나 계획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세월호 선체의 지난 3월 22일 본인양 시작에서 지난 11일 목포신항 철재부두 육상거치까지 과정에서 기름유출과 선체무게 추정 오류, 천공 작업과 부품 절단에 의한 선체훼손 의혹 등 잡음이 적지 않았다.

철저한 계획 하에 구멍 뚫었을까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에 따르면 선체에 구멍을 뚫는 작업이 철저한 계획 하에 이뤄지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세월호인양추진단은 바다 속에 있던 세월호 선체의 인양을 위해 120여 개가 넘는 구멍을 뚫은 데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반잠수식 선반에 있는 선체의 좌현 측에 지름 10㎝의 구멍 32개를 뚫어 배수작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선체를 육지에 거치하기 위해 특수 운송장비(모듈 트랜스포터(MT))를 이용해 실으려면 배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자연배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내부의 해수 등을 빼기 위해 일부러 구멍을 뚫은 것이다.

해수부는 당시 선체 좌현 면에서 평형수탱크와 청수탱크 등 6개 탱크와 화물칸 D데크(1층) 등에 기름이 없을 것이라며 구멍을 뚫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D데크에 뚫은 지금 1㎝의 구멍 4곳 중 3곳에선 기름이 흘러나왔고 1곳에선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해수부가 선체 내부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해수부가 D데크 등 화물칸에 기름이 있는 것을 알고도 천공을 강행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하이샐비지가 지난해 11월 9일 해수부에 제출한 ‘로로선 세월호의 잔해복구-완료작업 요약과 새로운 인양방법 도입’ 보고서를 보면 업체 측은 화물칸인 C데크(2층)와 D데크(1층)에서 총 97.5㎘ 의 잔존유를 수거했다. 화물칸에는 기름탱크가 없기 때문에 선체침몰 등 과정에서 지하 기관실의 탱크가 손상돼 다량의 기름이 유출됐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해수부는 그럼에도 지난 3일 브리핑에서 “D데크는 연료 탱크나 기름 탱크가 있는 곳이 아니어서 (추가 천공으로 인한 기름 유출)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본지 통화에서 “해수부가 기름이 화물칸에 있을 가능성을 알고서도 시험천공을 강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조위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빌라이저 절단’ 적시 안한 이유

선체 부품들을 절단한 내역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이 보고서는 선체의 배기가스 통로(Funnel), 갑판 위 기둥(Mast), 크레인 붐(Crane boom), 선수 추진기(Bow thruster), 닻(Anchor), 권양기(Winch) 등을 절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침몰원인 규명을 위해 중요한 스테빌라이저(양측면에 날개 형태로 설치돼 좌우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의 절단 사실은 보고서에 없다.

스테빌라이저의 절단 사실은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지난해 9월 27일 더불어 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세월호 선체 스테빌라이저를 절단한 게 맞냐”고 묻자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맞다’고 답했다. 실제 상하이샐비지 측은 지난해 5월 스테빌라이저를 절단했다. 상하이샐비지가 지장물 제거기간을 보고서에 2015년 10월 3일부터 2016년 2월 24일로만 한정해 그 이외 기간의 작업은 빠진 것이다.

앞서 2014년 9월 광주지법에서 열린 청해진해운 임직원 등의 공판에서 조타수 조모씨는 조타기를 원위치 시켰지만 선수가 돌아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배 양 옆에 날개(스테빌라이저)가 있는데 거기 뭔가 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3월 2차 청문회에서 이 이슈를 핵심 사안으로 다뤘다. 이후에도 선체가 좌현으로 기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구조물이어서 훼손하지 말 것을 촉구했지만 해수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하이샐비지 측이 밝힌 부품절단 목록은 ‘4.16 연대’가 밝힌 내역에 비해서도 매우 부실하다. 4.16연대가 홈페이지에 마련한 ‘세월호의 인양의 모든 것-절단구역’을 보면 절단된 부품은 승강용 사다리와 연돌, 갑판 위 기둥, 크레인 붐, 차량 통행로 출입문(램프), 스테빌라이저, 닻, 보조추력 발생장치, 환풍구, 파도를 막는 울타리, 권양기, 구멍(140여개) 등 12개 종류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우리(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는 스테빌라이저를 자른다는 얘기를 실제 절단 이후에 들었다”라면서 “리프팅빔 설치 때문에 스테빌라이저를 절단했다는데 리프팅빔 일부를 짧게 한 상태에서 인양하는 대안을 고민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수부가 세월호의 증거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을 처음 시작한 지난달 23일 전남 진도 동거차도 인근 해역의 미역양식장에 선체에서 유출된 기름이 떠다니고 있다. 동거차도에서 미역 양식을 하는 이옥영(48)씨는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1억 8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나 상하이샐비지에게서 정확한 보상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진=이옥영씨 제공)
◇세월호 무게산정은 어떻게


세월호의 육상거치를 위해 정확한 수치가 필요한 무게 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하이샐비지는 보고서에서 선체를 잭킹 바지선 2대를 이용해 수면 13m 위까지 올릴 때의 무게를 약 9000t으로 추정했다. 당시 세월호는 총 22m의 높이에서 윗부분의 13m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아래 9m 정도는 수중에 잠긴 상태였다.

해수부는 세월호를 인양하기 전 부력이 작용하는 수중에서는 7991t, 육지에서는 1만 294t으로 짐작했다. 인양실무를 담당하는 업체의 추정지와는 1000t 가량 차이가 난다.

육지에서의 무게산정도 실제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현장수습본부는 처음에는 세월호 무게를 1만 3462t으로 산정했다가 1만 4592t으로 바꾼 뒤 결국 1만 7000t 내외의 무게를 견디는 수준의 MT 600축을 동원했다. 내부 화물과 펄 등의 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세월호 무게산정에 수차례 오류를 범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이샐비지가 산정한 수중에서의 무게 9000t은 검경합동수사본부가 계산한 선체 682t과 화물 2215t(승인량 987t)를 합한 9040t과 비슷하다.

지난 11일 전남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선체 아래에 설치된 특수 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MT)를 제거하는 작업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는 이날 육상거치 작업을 완료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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