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연초까지만 해도 과열 양상을 보이던 IPO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데다 희망공모가액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IPO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WCP는 오는 14~15일 수요예측을 거쳐 19일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WCP의 희망공모가액 밴드는 8만~10만원, 예상 시가총액은 2조7000억~3조4000억원이다. 20~21일에는 일반 청약을 받는다. 총 공모주식수는 900만주다. 총 공모 예정 금액은 희망공모가액 밴드 상단 기준 9000억원이며, 신주(81.56%) 발행을 통해 약 734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IPO 빙하기…“2차 전지 너마저”
각광받는 2차 전지 관련업체인 WCP 상장에 빨간불이 켜진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IPO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긴축에 나서자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데일리TV IPO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10명 중 9명(86.2%)이 하반기 IPO시장을 부정적으로 봤다. 이유는 ‘쏘카 등 연이은 흥행 실패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과 ‘변종 바이러스,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시장 경색’이 각각 58.3%(복수응답)로 동일했다.
IPO시장이 급속도로 냉각하면서 WCP의 IPO 흥행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WCP 흥행 가능성에 대해 10명 중 7명(72.4%)이 부정적으로 봤고 이유를 묻는 질문에 72.7%가 ‘침체된 IPO시장’을 꼽았다. WCP의 투자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도 가장 많은 46.9%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제 둔화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를 지목했다.
반면 하반기 IPO시장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자들은 88.9%가 ‘2차 전지 등 시장의 관심을 받는 기업들이 IPO시장 흥행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WCP의 흥행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자들은 가장 많은 61.5%가 ‘성일하이텍·새빗켐·에이치와이티씨 등 2차 전지 관련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한 점’을 꼽았다.
이밖에 WCP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 전지업체와 에코프로비엠, 대보마그네틱, 웰크론한텍 등 2차 전지 관련업체 주가도 하락장에서 선방 중이다.
“시장이 좋을때도 아니고 희망공모가액이 너무 높다. 투자 매리트가 있을지 모르겠다” (A자산운용 펀드매니저)
‘WCP의 희망공모가액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고 판단한 설문 응답자는 10명 중 8명(76.7%)이다. 이유는 ‘현재 실적 및 전망에 비해 과대평가’와 ‘EV/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가 업계 1위 SKIET와 비교해 너무 높다’는 응답이 각각 56%로 동일했다.
지난해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 이익 미실현(테슬라 요건) 특례상장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중인 WCP는 기업가치를 산출하면서 EV/EBITDA를 기업가치 산출 지표로 활용했다. 초기 대규모 설비 투자로 인해 발생한 감가상각비가 기업가치를 왜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수정한 증권신고서에서 WCP는 자사의 EV/EBITDA 배수를 42.69, SKIET는 45.03로 제시했다.
응답자 10명 중 6명(60%)는 희망공모가액 책정시 비교그룹이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다만 그 이유에 대해 ‘WCP외 국내에서 분리막을 전문 제조·판매하는 회사가 1개사 뿐이어서’가 47%로 가장 많았다. 비교그룹이 부적절하긴 했지만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업계 1위인 SKIET의 PSR(주가매출비율)을 대입해보면 WCP의 적정 시가총액은 약 2조4000억원, 적정 주가는 7만원대”라며 “현재 희망공모가 밴드 하단 8만원은 비싸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적정하다고 판단한 응답자들은 ‘희망공모가액 산정방식이 적정하게 이뤄졌다’, ‘매년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등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점을 각각 71.4%로 동일하게 봤다.
WCP의 향후 성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분리막 또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실적 전망을 묻는 질문에 10명 6명(60%)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40%가 ‘전기차 등 전방산업의 폭발적 성장과 분리막 초과수요 상태 지속’을 꼽았다.
◆IPO 시장 경색에 상장 일정 연기 잇따라
실적과 성장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WCP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상장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미 한 차례 상장 일정을 연기한 상황에서 또 일정을 미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WCP는 당초 8월 1~2일 예정이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이달 14~15일로 연기하는 등 당초 계획보다 상장 일정을 한달 가까이 미뤘다. 당시 WCP측은 희망공모가액에 2분기 실적을 반영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 등으로 안한 투심 악화도 일정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연기한 상장 시기가 적정한지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이란 응답이 53.6%(매우 부정적 28.6% 부정적 25%)였다. 이유로는 ‘상반기 실적 확인은 큰 의미가 없다. 수급이 더 문제’라는 응답이 63.2%(복수응답), ‘시장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워서’가 36.8%로 뒤를 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범위 하단인 8만원 밑에서 결정될 경우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WCP 입장에서는 미국시장이 호전되고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으로 상장을 연기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