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프리즘]전세사기 근절하려면

법무법인 바른 조재빈 변호사
  • 등록 2023-03-16 오전 6:30:00

    수정 2023-03-16 오전 6:30:00

법무법인 바른 조재빈 변호사.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지난 해부터 빌라왕, 건축왕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수천 채의 빌라를 소유하면서 무주택 서민들을 상대로 전세사기를 한 사람들이다.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대통령이 제도 보완과 철저한 단속을 지시했고 정부 차원의 대책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정부 지원책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2014년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총괄기획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전세사기범들을 일망타진한 경험이 있다. 세월호 이후 범정부적 적폐청산 작업의 일환이었다.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는 총리실에 정부합동기구를 신설하고 적폐청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할 수 있도록 ‘부패척결추진단’으로 작명했다. 필자는 총리의 지시로 추진단의 기능, 조직, 구성 등에 관한 총리 훈령을 직접 만들었다. 추진단은 국민안전 위해, 폐쇄적 직역, 국가재정 손실, 반복적 민생, 공정성 훼손 등 5대 분야의 비리를 중점 척결했다.

‘전세사기’는 서민을 위한 정책자금을 빼먹는 국가재정 손실 비리였다. 2013년 기준 전세자금 보증액은 13조1000억 원이고, 보증사고로 인한 국민주택기금의 대위변제액은 1628억 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였다. 필자는 검찰 수사를 통해 77억 원대 전세사기를 적발한 상황에 주목했다. 대출전문 사기단이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90%까지 보증하는 국민주택기금을 조직적으로 편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책은 유령법인을 섭외한 후 위조책을 두고 전세계약서,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했다. 모집책은 대출신청자, 허위 임대인·임차인을 모집했다. 허위 임차인은 사기단의 지시대로 허위서류들로 시중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면 시중은행은 HF의 보증만 믿고 서류심사를 부실하게 한 후 허위임대인에게 대출금을 송금해 주는 구조였다. 실태조사 결과, HF는 사기대출 예방을 위해 나름의 조치를 취했지만 사기단의 조직적 범행까진 막지 못했다. 당시까지 HF가 입은 피해에 대해 수사의뢰나 고발도 전혀 없었다.

필자는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HF와 협업했다. 2012년경부터 발생한 대출사고를 전부 조사했다. 동일 회사에서 6개월 내에 3명 이상 대출·보증을 이용하거나 사고발생률 60%이상, 1년 미만을 재직자를 사기혐의자로 선별했다. 이에 더해 개인사업자로 폐업하거나 사업장 현장조사 결과 유령회사로 폐문부재이고 서류를 위조한 업체를 사기의심업체로 선별했다. HF는 1차로 76개 업체, 343명, 피해금액 247억 원을 수사의뢰했다. 2차로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08년경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해 101개 업체, 150명, 피해금액 89억 원을 추가 수사의뢰했다. HF의 직원들도 검찰에서 수사를 도왔다. 단기간에 수백 명의 사기범들이 구속됐다. 더 나아가 필자와 HF는 사기대출 적발·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HF는 임차주택과 사업장에 대한 현장실사를 강화했고, 사기대출 전담팀을 구성해 상시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한편, 의심사례가 있을 경우 신속하게 수사의뢰를 했다. 검찰은 관련 자료와 확정판결문을 HF에 제공해 수사결과를 공유했다. HF는 이를 근거로 사기대출 공범자에 대한 재산조회,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피해금액 환수 조치를 진행했고 사기업체를 전산 등록해 관리했다. 추진단 주도로 국세청, 건강보험관리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등도 자료를 공유하거나 제공하는 등 적극 협력했다.

전세사기로 인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보증피해는 1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2014년 필자와 협업했던 HF의 보증 피해는 거의 없다. 수사 등 외부의 노력만으로 전세사기는 근절되지 않는다. 필자가 몸담았던 조직이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으로 존속하고 있다. 추진단이 HUG 등과 협력해 내부 자료를 토대로 보증피해 사례를 전수조사 한 후 서민들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자들을 전부 찾아내어 엄정한 책임을 묻고 그들이 보유한 범죄수익을 모두 환수해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피해자를 위해 맞춤형 대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역량을 한데 모아 국민을 살리는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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