놔두면 부실, 조이면 돈줄 막혀…눈덩이 자영업자 대출 어찌하오리까

3년 만에 334조 늘어...묘수 찾기 나선 금감원
코로나·가계대출 규제 맞물려 급증
고금리로 돌아서며 연체율 치솟아
정부 금융지원에도 건전성 악화
  • 등록 2023-05-11 오전 6:03:00

    수정 2023-05-11 오전 6:03:00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영업자(소호)대출 실태에 대한 점검에 본격 착수하는 이유는 소호대출이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꼽혀서다. 소호대출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해 1000조원을 돌파했고 경기가 악화하며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코로나 금융지원에 가려진 소호대출이 지원 종료 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금감원은 ‘자영업자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인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운영실태에 대한 점검 후 활용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다만 소호대출을 압박하면 소상공인들이 고금리 시장으로 밀려갈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은행 소호대출 연체율 1년 만에 2배 치솟아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소호대출 잔액은 2019년 말까지만 해도 685조90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 1019조8000억원으로 3년 만에 약 1.5배 급증했다.

2020년 터진 코로나 사태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맞물린 결과다. 코로나 사태로 대면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휴·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곳곳에서 생겨났고 정부는 금융권에 자영업자 대출을 독려했다.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자영업자 대출 대상으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도 시행했다. 돈줄이 마른 자영업자가 위기를 버틸 수 있도록 지원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인하하자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활개를 쳤다. 초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가계대출을 본격 조이기 시작했다. 차주별 DSR 규제, 신용대출 산정만기 축소 등 조처가 이어졌다. 가계대출 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진 은행들은 소호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자영업자를 살려야 하는 정부 방침과 은행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며 소호대출 규모는 1000조원을 돌파했다.

문제 조짐은 지난해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초저금리를 틈탄 유동성 과잉과 불어난 자산 가격, 빠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등이 이어지며 기준금리를 다시 빠르게 올렸다.

코로나 영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이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 은행권 소호대출 연체율은 0.39%(올해 2월)로 낮은 수준이지만 1년 전(0.20%) 대비 두배 가까이 치솟는 등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특히 저소득층(하위 30%)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전금융권 저소득층 연체율은 지난해 말(1.2%) 이미 1%를 넘어섰다. 3개월 새 0.5%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 중인 상황임에도 고금리 영향으로 건전성 악화가 시작됐다는 점이 문제다. 오는 9월 상환유예 지원부터 종료되면 연체율은 더 오를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 한국 경제 ‘새 뇌관’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규제 딜레마...“실태점검 후 LTI 규제 여부 판단”

금감원이 LTI 실태점검에 나서는 것은 소호대출 급증세를 두고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TI는 DSR처럼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줘야 한다’는 개념이 근간이다. 하지만 자율규제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당국 한 관계자는 “점검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LTI 운영을 지금처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LTI 활용방안을 찾을 계획이지만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LTI 규제가 쉽지 않은 탓이다. 가계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금융 시스템 위험 요인은 물론, 주택시장 투기 수요 차단이라는 특이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소호대출은 가계대출 성격도 강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업’대출이어서 규제 시 실물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규제가 자칫 사업활동 자체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소호대출이 금융 시스템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지 등의 검토도 선행돼야 한다. 그러한 위험으로 규제에 나서더라도 소상공인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점,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들이 고금리 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LTI를 강행규정에 나서기보다 은행 자율의 여신심사에 맡기는 게 낫다고 봤기 때문에 자율규제로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TI 규제 여부는 실태점검을 먼저 판 뒤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하더라도 사전검토나 영향분석, 금융위원회 협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영업 구조조정 필요”...LTI 규제엔 이견

전문가들은 소호대출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영업 구조조정과 대환대출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코로나 상황이 사실상 끝난 상황인 만큼 상환유예 등 지원을 지속하기보다 정리가 필요한 사업장에 대해선 구조조정에 나설 시점이 됐다”며 “다만 가망이 있는 자영업자라면 대환대출과 같은 정책적, 금융권 자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저신용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새출발기금’ 지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LTI 규제와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전 교수는 “‘비즈니스론’은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취급해야 한다”며 “특히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규제하듯 감독하면 자영업자들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서지용 상명대 교수(금감원 옴부즈만)는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LTI 규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경기에 따라 자영업자 지원 필요 시 LTI를 완화하는 등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식의 정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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