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법인 종부세 유감

  • 등록 2023-06-26 오전 6:35:00

    수정 2023-06-26 오전 6:35:00

[안호영 정동세무그룹 대표세무사·세무학박사] 서울에 사는 A씨는 법인 명의로 1주택을 보유(가족 구성원 누구도 주택을 보유하지 않음)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연봉 수준으로 부과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종부세법 개정으로 법인소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담이 폭등한 것이다. 자연인 소유 1주택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상황이지만 법인 소유라는 이유만으로 많게는 수십배의 세금을 내게 됐다. 세무서는 “종부세를 내기 싫으면 주택을 팔라”는 입장이다. 듣는 사람에겐 사실상 협박이다.

안호영 세무사
종부세는 주택을 보유하는 일부 납세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택 보유자는 재산세를 내고 종부세도 내야 한다. 종부세는 이중과세 성격과 더불어 부자에게 부과하는 징벌적 조세다. 일부 유럽국가에서 부과하는 사치세와 궤를 같이 한다.

모든 세금은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세법으로 규정된다.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다양한 원칙을 두고 있다. 세법이 헌법의 영역을 벗어나 제 마음대로 규정된다면 위헌성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헌법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강조한다. 세금은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만큼 적당히 부과하라는 것이다. 집 한 채 갖고 있는 서민에게 연봉에 육박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적당하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와 유사한 유럽 일부국가에서도 가장 높은 세율이 50%를 넘지 않는다.

또 다른 원칙은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이다. 세법개정 이전에 이뤄진 경제적 의사결정(집을 매입한 행위)까지 불이익을 주지는 말라는 것이다. 법인에게 종부세를 부과하려면 세법 개정 이후에 법인이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부과해야 할 것이다. 법인이 주택을 취득하면 고율로 종부세를 부과한다고 입법예고됐다면 A씨는 법인 명의로 주택을 취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 ‘다주택자 견제’라는 정책목적을 위한 긴박한 사정이 있었더라도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둬야 했을 것이다. 법인이 주택을 취득한 사정을 개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다주택자를 면하기 위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구 구성원 전체를 기준으로 다주택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종부세를 부과한다면 다주택자를 견제하고자 하는 입법목적도 달성하고 1가구 1주택자도 구제하는 선한 결과에 도달할 것이다. 이 같은 경우를 배제하고 법인 소유의 주택에 종부세를 일률적으로 최고세율로 부과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도 실패하고 국민의 비난만 받을 것이다.

헌법은 절차의 적정성도 중요하게 본다. 국민에게 불이익한 세법을 만들어 국민의 재산권을 국가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단체나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적용기간의 개시시점 등 냉각기간을 둬 국민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세법을 개정하고 즉시 시행하는 종부세법은 ‘룰 위반’이다.

조세이론적 측면도 살펴보자. ‘주택보유’와 ‘임대’로 인한 세금은 구분돼야 한다. 전자는 1회 과세하고 후자는 반복과세하는 것이 맞다. 주택보유로 인한 이득이 과세물건이라면 나중에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에서 깎아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는 그렇지 않다. 주택보유라는 자본과세의 성격을 띠면서도 임대소득처럼 해마다 과세한다. 논리의 일관성이 없다.

주택이 여러 채고 집값이 상승했다면 종부세는 참을 만하다. 그러나 주택이 하나밖에 없고 그 주택에 온 가족이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세금이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깨트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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