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 잔혹을 넘어선 흡혈귀의 창백한 매혹

  • 등록 2008-11-14 오후 12:32:17

    수정 2008-11-14 오후 12:32:20


[조선일보 제공]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슬프고 무서우며 아름다운 영화를 지금 막 만났다. 스웨덴에서 날아온 비범한 뱀파이어 영화 '렛 미 인'(원제 Let The Right One In·13일 개봉). 근육이 파열되도록 내달리는 007과 요염하게 나신을 드러낸 '여인 신윤복', 그리고 케이크를 만드는 멋진 꽃미남으로 기세등등한 이번 주 극장가에서 낯선 북구(北歐)의 영화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모험일 것이다. 영화의 쾌락을 으뜸으로 치는 관객이라면 느리고 스펙터클 빈약한 이 작은 영화가 못마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흡혈귀 소녀에게 매혹된 이 12살 소년의 창백한 사랑 이야기는 당신에게 전혀 다른 종류의 황홀함과 공포를 겪게 해 줄 것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만나는 장면은 흰 눈으로 밀봉된 스톡홀름의 밤. 그리고 곧 속옷만 입은 핏기 없는 소년 오스칼이 앙증맞은 작은 칼을 쥐고서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어쭈, 눈 깔아라. 겁나지? 그럼 소리질러! 돼지처럼 꽥꽥 대봐!" 사실은 이 연약한 소년이 힘센 동급생으로부터 들은 협박이자, 기약 없는 복수를 꿈꾸는 자신의 다짐이기도 하다.

옆 집에 이사온 소녀 이엘리는 살아남기 위해 피를 마셔야 하는 뱀파이어.

소녀의 아버지는 감당 못할 죄책감 속에서도 저주받은 딸을 위해 해만 지면 밤거리를 헤맨다. 인적 없는 밤의 놀이터에서 만난 외톨이 소년소녀는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고, 곧 빛과 그림자처럼 상대방의 빈 자리를 채워 넣는 한 쌍이 된다.

'초대받지 않으면 인간의 방에 들어갈 수 없다'는 뱀파이어의 습성에서 제목을 가져온 '렛 미 인'은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했던 기존의 선정적이고 공격적인 흡혈귀 영화와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하나의 장르로 규정지을 수 없는 이 슬픈 뱀파이어 영화는 아픈 유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려는 소년소녀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눈이 부실만큼 휘황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올해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역시 올해 부천 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허명(虛名)인지, 스스로의 시선으로 확인해 보시기를. 전국 15개 극장에서만 상영한다.

▶줄거리

금빛 머리칼을 가진 열두 살 오스칼(카레 헤레브란트)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하는 연약한 외톨이. 어느 날 옆 집에 사탕을 먹으면 토하는 수수께끼의 소녀가 이사를 온다. 아버지와 둘이 사는 동갑내기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다. 그리고 동네에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전문가 별점

느리고 또 느리지만, 숨막히는.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흡혈귀 영화가 아름답고 잔잔하고 고요할 수도 있는 이유. ★★★★

이상용·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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