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전염병보다 무서운 '집단혐오'

美CDC "원숭이두창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WHO '원숭이두창' 질병 명칭 변경 추진
흑인과 아프리카, 동성애 등 혐오와 차별 우려
혐오로 숨은 감염자 양산하면 '집단 감염' 위험 커져
  • 등록 2022-06-16 오전 6:30:00

    수정 2022-06-16 오전 6:3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원숭이두창(Monkeypox)은 감염 환자의 상처 또는 딱지, 사용한 물건·의류·침구·수건, 비말(침방울)이나 타액 등과의 밀접 접촉으로 누구나 전염될 수 있다”.

원숭이두창 증상 사례. (사진=미국 CDC)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원숭이두창의 감염 경로를 설명한 내용이다. 인종이나 성적 지향, 성별, 나이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감염자와 밀접 접촉하면 걸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 세계 28개국에서 총 1285명의 원숭이두창 환자가 발생했다. 이에 WHO는 오는 23일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 검토를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PHEIC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로 현재 코로나19 등에 적용되고 있다.

WHO는 원숭이두창이란 질병 명칭도 변경할 계획이다. 앞서 약 30개국의 다국적 과학자 단체는 이 병명이 “차별적이고 낙인찍기 효과가 있어 긴급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고, 1970년부터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발견됐다. 그러나 현재는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가 주 감염 매개체로 지목되면서, 원숭이만이 감염원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풍토병이란 인식을 심어줘 흑인과 아프리카 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지적된다.

특히 원숭이두창의 초기 감염자들 중 남성 동성애자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 우려도 커지고 상황이다. CDC 등 전 세계 보건당국은 이 질병이 성적 지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전염병에 대한 무지(無知)로 인한 집단 혐오와 그 폐해를 2년여의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중국 우한에서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는 발생 초기 유럽과 북미 등에서 아시아인 혐오로 이어졌고, 한국인들도 ‘묻지마 폭행’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또 국내에선 종교단체와 특정 지역의 대규모 감염 등으로 종교 및 지역 혐오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혐오가 결과적으로 당사자들이 감염 사실을 숨기게 하고, 전염병의 지역사회 확산을 더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도 감염으로 인한 주변의 시선과 혐오·차별 등을 두려워해, 확진자가 감염 사실을 숨기다가 집단 감염으로 이어진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다.

우리나라에선 다행히 현재까지 원숭이두창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원숭이두창 발생에 대비해 치료제 및 3세대 백신 도입과 확진자 격리치료, 고위험군 밀접 접촉자의 21일 자가격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우리가 준비할 것은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예방법을 숙지하는 일이다. 또다시 코로나19 초기와 같은 혼란과 집단 감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지에 의한 혐오와 차별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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