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꼰대’입니까, ‘어른’입니까

어른이 고픈 사회…서점가 ‘어른’을 묻다
연초 ‘진정한 어른’ 모색한 책 출간 봇물
국민 필독서 된 책 '줬으면 그만이지'
평생 번 돈 기부 `김장하` 취재 기록기
꼰대 아닌 어른, 우리는 무엇을 할지 질문
  • 등록 2023-02-01 오전 6:40:00

    수정 2023-02-01 오전 6:40:00

MBC경남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사진=MBC경남 제공).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만큼 베푼 사람은 많지만,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김장하(79) 선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연초부터 연일 화제다. MBC경남이 제작한 이 다큐는 지난해 말 지역에서 방영 직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재방 요구까지 늘면서 이번 설 연휴 전국 방송을 탔다. 방영 이후 소셜 미디어(SNS)에서는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다”, “참 어른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식의 성찰이 오갔다.

출판계가 이를 놓칠 리 없다. 때마침 ‘진짜 어른’을 모색하는 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금 동시대에 왜 김장하인지, 제대로 늙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책들이다. 문단계는 이런 책들의 출간을 놓고 ‘진짜 어른이 고픈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훈계는 넘쳐나지만 존경은 찾아보기 어려운 바로 지금 우리 옆, 진짜 어른들의 부재에 있다는 역설이다.

왜 김장하인가

책 ‘줬으면 그만이지’(피플파워)는 경남 진주에서 반세기 넘게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해온 김장하를 취재한 기록이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전 편집국장이 “허락받은 적도 없으면서, 허락받은 것처럼” 취재해서 낸 책이다. 수십년간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그의 행적을 좇은 그 과정을 MBC경남이 동행해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다.

김 선생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약방서 머슴을 살다가 19세에 한약업사 시험에 합격해 한약방을 열었다. 싼값에 좋은 약재를 팔아 사람들이 줄이 섰다. 자산이 모이자 20대부터 수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지역 속속 문화·역사·언론·환경·여성 단체와 개인들을 후원했다. 자신은 승용차 한 번 산 적 없었다. 1983년 경남 진주에 명신고등학교를 세우고 1991년 국가에 헌납(당시 100억원 규모)했다. 전교조 설립 때 가담 교사들을 해고하라는 정부 압박도 거부했다.

그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인터뷰는 일절 거절했다. 1991년 당시 인터뷰를 추진하다가 포기했던 김주완 기자는 2021년 은퇴 후 MBC경남 김현지 PD와 함께 주변 인물 100명을 인터뷰하면서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채우고 비우기 위해서 돈을 버는 사람.” 주변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장하 선생이다. 선생이 준 장학금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2019년 열린 선생의 깜짝 생일잔치에서 “(받았던 돈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고 했던 선생을 떠올린다. 조해정 부산대 교수는 큰 지원을 받고도 공부는 안하고 데모만 한 데 대한 죄송함을 꺼내놓자 “(선생님은) ‘그것도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길이다’라고 하시면서 존중해주셨다. 살면서 그런 지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회고한다.

“똥은 쌓아 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아무도 칭찬하지도 말고 나무라지도 말고 그대로 봐주기만 하라고 말하고 싶다”는 선생 말의 울림은 크다.

김주완 기자는 책에서 “지금까지 취재하면서 이번만큼 많은 분의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협조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많은 이들이 닮고 싶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우리 시대 어른이 아닌가”라고 썼다.

‘어른다움’에 질문하다

연초부터 ‘어른’을 키워드로 내세운 책도 수십권에 달한다. 책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시크릿하우스)은 부끄러움이 없는 부끄러운 시대를 사는 지금, ‘어른의 태도’에 관해 묻는다. YTN라디오에서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해 온 김혜민 PD가 ‘어른다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리한 에세이다. 좋은 생활인, 좋은 부모,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과 타인, 공동체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질문을 던질 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른 이후의 어른’(엘리)은 어른으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한 솔직한 탐구에 가깝다. 청소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 자기 삶에 헌신한 적이 있는 45여명의 인물을 만나 그들에게 ‘어른다움’의 의미를 물은 책이다.

책 ‘어른이라는 혼란’(와이즈베리)은 ‘혼란’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저자가 훈련하며 정리한 ‘인지과학 보고서’다. 인간이 어른으로 성장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인지과학적 방법이 담겼다.

책 ‘원래 어른이 이렇게 힘든 건가요’(마인드셋)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혼자가 된다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진정한 어른으로 가는 비법으로 “지금 당장 자신을 위한 최선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들은 ‘지금 시대에 어른이 있는가’라고 거듭 묻는다. 가치의 빈곤, 소통 불능의 부조리한 세상에 다시 한번 꺼내 보는 갈증이자 질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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