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버스·지하철 내 마스크 의무화 비웃는 `NO마스크族`

지난 13일부터 서울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출퇴근 시대 외에 마스크 벗고 통화해도 제재 없어
버스는 마스크 구입·감독 인력 없어 음성안내 '의존'
"감염력 입증 어렵고, 전파력 높아…반드시 착용해야"
  • 등록 2020-05-22 오전 1:11:00

    수정 2020-05-22 오전 1:11:00

지하철 혼잡도(승차정원 대비 승객 수)가 150% 이상일 때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지하철 탑승을 제한하는 대중교통 ‘생활 속 거리두기’ 제도가 시행된 지난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사당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매일 버스로 서울 광화문에 있는 직장을 출퇴근하는 이상길(가명)씨는 다소 불쾌한 경험을 했다. 평소보다 집에서 조금 늦게 나온 터라 만석인 버스에 올라 30여분을 좁은 공간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서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바로 앞좌석에 앉은 승객이 마스크를 끼지도 않고, 수차례 기침과 재채기를 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버스 창문도 닫혀 있어 환기도 불가능한데다 주변이 혼잡해 다른 자리로 옮기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서 있어야 했다. 이 씨는 하루 종일 찝찝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서울시가 생활 속 거리두기 일환으로 지난 13일부터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시 혼잡도 예보를 통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혼잡도 여부와 관계없이 마스크 미착용 승객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다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하는 처벌조항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하루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대한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철 탑승 후 마스크 벗어도 제재 못해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서울시는 지하철 혼잡도가 150% 이상인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는 승객에 대한 열차 탑승을 제한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부터는 대구시, 지난 20일부터는 인천시도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시민에 대한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마련한 열차 혼잡도 기준은 승객 간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혼잡도가 80% 이하 일때는 여유, 혼잡도 80~130%은 보통 단계로 열차 내에서 여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혼잡도 130~150% 주의 단계부터는 이동 간 접촉이 불가피할 정도로 승객이 많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 혼잡도 150% 이상 구간은 옆 사람과 어깨가 살짝 닿아 열차 내 이동자체가 불가가능 할 정도다. 이 경우 마스크 미착용시 승차가 제한(개찰구 진입 제한)된다.

서울시 제공.


열차 내 혼잡도는 과거 교통카드 데이터 사용량, 열차 수송량 등을 분석해 산출한 결과다. 다만 최근 한두달 새 이용객 수 변화량 수치 등을 근거로 혼잡도를 예측해 사전 예고한다. 이 때문에 예정되지 않은 이벤트가 발생해 승객이 일시적으로 몰릴 경우에는 실시간 승객을 예측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열차 혼잡도를 예측하기 위해서 보통 2년에 한 번씩 하던 정기 교통량 조사를 코로나19 영향으로 일 단위로 추이를 분석 중에 있다”며 “특수한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에는 역사에서 변동량을 즉각 파악해 대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미처 챙기지 못한 시민들은 지하철 역사 내 자판기(448개소), 통합판매점(118개소), 편의점(157개서) 등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이에 주요 역사 출입구 게이트에서는 역무원이 통제를 할 경우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규정을 지키는 모습이다. 다만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상대적으로 사람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에는 마스크를 끼지 않는 경우도 상당한데다 게이트 통과 이후에는 답답하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벗는 경우도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40대 남성은 “통화를 한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벗고 시끄럽게 떠들거나,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지하철을 타는 젊은 사람도 많지만 이를 제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이런 사람들과는 자연스레 거리를 두기 때문에 오히려 비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버스 등 밀폐 공간 감염 입증 어려워…스스로 조심해야”

버스도 혼잡도에 따라 승객 분산 유도를 하고 있다. 지하철과 달리 혼잡노선의 승객 수 추이를 실시간으로 반영, 버스 정보 안내단말기(BIT)에 안내문을 표출한다. 또 각종 버스도착정보 앱이나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송출한다. 혼잡도가 높을 경우 배차간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거나 예비차를 증차하는 방식이다.

다만 한계도 있다. 서울 시내 6000여개소에 달하는 버스정류소에서 승객 탑승을 제한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인력을 둘 수 없는데다 지하철과 달리 주변에 마스크 구매할 곳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칫 버스 운전기사가 혼잡도를 이유로 승차를 거부하면 시비가 붙어 더 큰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음성 광고 등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감염병 고위험군은 혼잡한 출퇴근시간대 이용을 자제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은 밀폐된 공간이고 수시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감염이 됐다고 해도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운데다 전파력을 측정하기도 어렵다”며 “시민 스스로가 고통을 분담하고 조심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울 중랑구 신내동 중랑공영차고지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버스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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