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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환경미화원 2년 차인 이경숙(58)씨는 최근 `버블티 포비아(공포증)`에 걸렸다. 버블티가 다른 음료보다 분리수거하는데 훨씬 더 성가시기 때문이다.
우선 일회용 컵 뚜껑이 비닐로 덮여 있어 일일이 제거해야 한다. 더 문제는 펄(녹말 전분으로 만든 점성이 큰 알갱이로 버블티의 핵심 재료)이다. 이 펄이 컵 안쪽 바닥에 늘어붙어 있어 일일이 떼어 내야 분리수거가 가능하다. 이씨는 “버블티를 먹고 다니는 사람들만 보면 저걸 어떻게 버리려고 하나는 생각이 든다”며 “꼴도 보기 싫어 내 돈 주고 버블티를 사 먹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올해 흑당버블티가 나오며 버블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버블티 테이크아웃 잔을 치우고 분리수거하는 미화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분리수거를 하는 데 다른 음료보다 3배 이상 손이 간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버블티를 마신 뒤 신경 써주기를 바라고 있다.
3초마다 1잔씩 팔리는 버블티…깊어지는 미화원 한숨
그러나 환경미화원들에게 버블티 인기는 마냥 즐겁지 않다. 분리수거를 하는데 다른 음료보다 손이 배로 가기 때문이다. 버블티 음료컵은 다른 테이크아웃 음료와 달리 비닐로 덮여 있다. 또 버블티 안에 있는 펄은 점성이 있는 녹말로 만들어졌는데, 시럽과 엉겨붙으면 컵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에서 미화원으로 근무하는 오현영(65)씨는 “컵 위에 비닐을 벗겨 내는 데 한 번, 달라붙은 펄을 긁어내는 데 두 번 손이 간다”고 밝혔다. 오씨는 “지난 여름에는 컵에 내용물이 끈적하게 달라붙고 날파리가 꼬이는 수박주스가 치우기 어려웠는데 올해는 흑당버블티가 유행하면서 업무 강도가 늘었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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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거함 마련했지만…버블티 앞에서는 무용지물
지하철역 안에 설치된 일명 `스뎅 깔때기`, 음료수거대에 버블티가 버려질 땐 미화원의 일은 더 늘어난다. 버블티 펄이 음료수거대의 좁은 배수관에 들러붙어 일일이 손으로 긁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명 `캐 내기` 작업이다. 실제 지난 11일 두 시간 동안 환경미화원과 종로3가역과 광화문역 음료수거대를 둘러본 결과, 수거대 여덟 군데 중 세 군데가 펄로 막혀 있었다. 서울시 내 지하철역에는 총 40개의 음료수거대가 설치돼 있다.
버블티 펄을 캐내기 위해 미화원들은 가위·옷걸이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권미향 서울도시철도공사 환경미화총괄팀장은 “버블티 펄이 적거나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에는 빨대로 밀어내면 배수구로 금방 내려간다”면서도 “날씨가 더워지면서 버블티 펄이 눌어붙는 속도가 빨라지니까 가위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옷걸이를 챙겨올 때도 있다. 권 팀장은 “옷걸이를 펴서 갈고리 모양으로 만든 다음 몇 차례 살살 긁어내면 금세 뚫을 수 있다”라며 “입구가 막히는 일이 잦다 보니 우리끼리 노하우를 만들어 공유한 것”이라며 웃었다.
미화원들은 시민들의 사소한 관심이 청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4년차 환경미화원 박정미(54)씨는 “시민들이 버블티를 먹고 버릴 때 펄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버려준다면 좋겠다”며 “차라리 펄을 버려야 할 때는 남은 음료를 수거대에 붓지 말고 컵 통째로 한쪽에 놔둔다면 청소가 좀 수월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