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어렵고 수거함 막히기 일쑤…환경미화원 `버블티 공포증`

3초마다 1잔씩 팔리는 버블티…미화원 업무 고충↑
비닐 떼어내고 펄 긁어내야 분리수거 가능
접착력 강한 펄 달라붙어 음료수거함 막히기도
처리 위해 가위·옷걸이 가지고 다니는 미화원도
  • 등록 2019-07-19 오전 6:19:00

    수정 2019-07-19 오전 6:19:00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사 안. 시민들이 먹다 버린 버블티 펄 때문에 음료수거함이 막혀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환경미화원 2년 차인 이경숙(58)씨는 최근 `버블티 포비아(공포증)`에 걸렸다. 버블티가 다른 음료보다 분리수거하는데 훨씬 더 성가시기 때문이다.

우선 일회용 컵 뚜껑이 비닐로 덮여 있어 일일이 제거해야 한다. 더 문제는 펄(녹말 전분으로 만든 점성이 큰 알갱이로 버블티의 핵심 재료)이다. 이 펄이 컵 안쪽 바닥에 늘어붙어 있어 일일이 떼어 내야 분리수거가 가능하다. 이씨는 “버블티를 먹고 다니는 사람들만 보면 저걸 어떻게 버리려고 하나는 생각이 든다”며 “꼴도 보기 싫어 내 돈 주고 버블티를 사 먹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올해 흑당버블티가 나오며 버블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버블티 테이크아웃 잔을 치우고 분리수거하는 미화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분리수거를 하는 데 다른 음료보다 3배 이상 손이 간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버블티를 마신 뒤 신경 써주기를 바라고 있다.

3초마다 1잔씩 팔리는 버블티…깊어지는 미화원 한숨

버블티 열풍은 지난 3월 대만의 흑당버블티 브랜드 `타이거슈가`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어 같은 달 유명 버블티 브랜드 공차 역시 흑당 음료인 `흑당버블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40여 일 만에 130만잔이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3초에 1잔꼴. 공차코리아에 따르면 흑당버블티를 판매한 매장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6% 늘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더 벤티는 흑당버블티를 내놓은 지 100일 만에 25만잔을 팔아치웠다. 출시 이후 3개월간 커피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환경미화원들에게 버블티 인기는 마냥 즐겁지 않다. 분리수거를 하는데 다른 음료보다 손이 배로 가기 때문이다. 버블티 음료컵은 다른 테이크아웃 음료와 달리 비닐로 덮여 있다. 또 버블티 안에 있는 펄은 점성이 있는 녹말로 만들어졌는데, 시럽과 엉겨붙으면 컵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에서 미화원으로 근무하는 오현영(65)씨는 “컵 위에 비닐을 벗겨 내는 데 한 번, 달라붙은 펄을 긁어내는 데 두 번 손이 간다”고 밝혔다. 오씨는 “지난 여름에는 컵에 내용물이 끈적하게 달라붙고 날파리가 꼬이는 수박주스가 치우기 어려웠는데 올해는 흑당버블티가 유행하면서 업무 강도가 늘었다”고 푸념했다.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 설치된 음료수거대가 꽉 차있지 않은데도 입구가 막힌 모습. 음료 찌꺼기를 걸러내기 위한 물막이 입구에 먹다 버린 버블티 펄이 들러붙어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음료수거함 마련했지만…버블티 앞에서는 무용지물

지하철역 안에 설치된 일명 `스뎅 깔때기`, 음료수거대에 버블티가 버려질 땐 미화원의 일은 더 늘어난다. 버블티 펄이 음료수거대의 좁은 배수관에 들러붙어 일일이 손으로 긁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명 `캐 내기` 작업이다. 실제 지난 11일 두 시간 동안 환경미화원과 종로3가역과 광화문역 음료수거대를 둘러본 결과, 수거대 여덟 군데 중 세 군데가 펄로 막혀 있었다. 서울시 내 지하철역에는 총 40개의 음료수거대가 설치돼 있다.

버블티 펄을 캐내기 위해 미화원들은 가위·옷걸이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권미향 서울도시철도공사 환경미화총괄팀장은 “버블티 펄이 적거나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에는 빨대로 밀어내면 배수구로 금방 내려간다”면서도 “날씨가 더워지면서 버블티 펄이 눌어붙는 속도가 빨라지니까 가위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옷걸이를 챙겨올 때도 있다. 권 팀장은 “옷걸이를 펴서 갈고리 모양으로 만든 다음 몇 차례 살살 긁어내면 금세 뚫을 수 있다”라며 “입구가 막히는 일이 잦다 보니 우리끼리 노하우를 만들어 공유한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버블티를 즐기는 이들 대부분 미화원들의 고충을 알 길 없다. 이날 먹다 남은 버블티를 음료수거함에 버리던 김모(16)군은 “버블티를 자주 마시는데 펄 때문에 수거함이 막힐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봤다”며 “앞으로는 펄까지 먹고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화원들은 시민들의 사소한 관심이 청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4년차 환경미화원 박정미(54)씨는 “시민들이 버블티를 먹고 버릴 때 펄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버려준다면 좋겠다”며 “차라리 펄을 버려야 할 때는 남은 음료를 수거대에 붓지 말고 컵 통째로 한쪽에 놔둔다면 청소가 좀 수월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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