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KT 배려? 페이스북 행정소송에 등장한 韓 통신제도

페이스북 접속경로 임의변경, KT 배려로 보기 어려워
망 비용 실증 조사해야..통신 vs 인터넷 업계 상반된 주장
국내 상호접속 개정에 지혜를 모아야
일반 CP와 IDC임대 클라우드 구분 주장도
  • 등록 2019-08-04 오전 6:49:16

    수정 2019-08-04 오전 7:14:4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한국의 첨단 산업을 겨냥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한국 경제에 태풍이 밀려오고 있지만, 인터넷이나 통신 분야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핵심 소재와 부품을 일본 회사에 의존하는 제조업과 달리, IT 서비스 쪽은 우리 나름의 소프트웨어(SW)·콘텐츠 경쟁력을 통해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IT 기업들과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웹서비스(AWS), MS 같은 회사들과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디어와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부분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안방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문제입니다.

KT 배려로 보기는 어렵다

22일 1심 선고를 앞둔,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라우팅)를 맘대로 바꿔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국내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려 이용을 어렵게 한 행위는 국내 법(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며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했는데, 이에 페이스북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접속경로 변경은 ▲인터넷 상호접속(IX) 제도가 바뀌면서 라우팅 변경이 불가피했고 ▲이용자 피해 역시 미미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피해 사실은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등에서 여럿 확인되는 만큼 논외로 하겠습니다.

왜 페이스북은 IX 제도를 언급하고 있을까요. 페이스북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은 최근 법원에 IX 제도와 관련된 추가 참고 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상호접속이란 통신을 위해 인터넷이나 통신 기업들 사이에서 맺는 접속제도입니다. 페이스북은 2016년 IX와 관련된 접속료 정산 기준이 바뀌어 자사 전산설비가 입주해 있는 KT가 페이스북 데이터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전송할 때 양사에 내야 할 상호접속료가 증가한 게 접속경로를 바꾼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KT의 피해를 간과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KT망에서 해외망을 통한 우회 접속으로 변경했다는 얘기죠.

이 설명은 3가지 측면에서 이상합니다. ①페이스북이 KT의 피해를 걱정해 자사 고객 피해를 눈감았는가 ②피해당사자(?)인 KT는 왜 가만 있었나 ③페이스북 주장을 전부 인정하더라도, 망이용료 문제는 페이스북과 통신사(SKB·LG유플러스)간 협상 문제인데 이를 빌미로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정당한 가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국감장에서 황창규 KT 회장은 페이스북 주장과 달리 “접속경로 변경은 순수하게 페이스북 권한이지 KT가 아니다”라면서 “10월 13일 국정감사날 다시 접속경로를 바꿔 돌아왔다. 이는 페이스북 결정이지, KT의 결정이 아니다. 그것만 봐도 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의 행위가 KT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사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비용을 덜 내기 위해 고객을 볼모 삼았다는 비판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국내 네티즌의 피해 글(출처: 클리앙)
◇망 비용 실증 조사해야..통신 VS 인터넷 업계 상반된 주장


페이스북의 주장 중 눈여겨볼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6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상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를 연말까지 어떻게 바꿀까 하는 부분입니다.

우선 2016년 상호접속기준 개정으로 인터넷 기업의 망 비용이 실제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실증 조사가 필요합니다.

2016년 이후 망 비용이 늘었는 지,통신제도 변화와 고객의 사용량 증가, 회선 임대 시장의 경쟁 상황이 미친 영향은 어떠한 지 등을 살펴야 합니다.

통신사들은 전용회선 시장 규모가 줄었다며 대다수 인터넷 기업들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나 한국스타트업포럼은 페이스북 주장과 마찬가지로 접속기준 개정이 망비용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신사 주장대로 현재의 접속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혹시 스타트업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인터넷 기업들 주장대로 2016년 이전 무정산으로 돌아가면 세계 최고의 통신망을 보유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인터넷 메이저 기업들이 공짜망을 쓸 걱정이 있습니다.

국내 상호접속 개정 검토에 지혜를 모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가지 정도의 대안을 말합니다. ①일단 일반 인터넷 기업(CP)과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보유하거나 상면을 임대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사업자의 지위를 구분하자는 겁니다.

즉 ②스타트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은 중립성 원칙에 따라 과거처럼 무정산으로 하고 ③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AWS·MS·국내 포털 등 트래픽을 많이 일으키거나 IDC에 입주했어도 국내 서버와 망을 실제로는 운영하는 셈인(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직접 바꿨듯이) 기업들은 현재의 상호접속기준을 유지해 정당한 망 대가를 내도록 하자는 겁니다.

현재는 뭉뚱그려 모두 부가통신사업자로 돼 있는데, 이를 구분해 역할과 책임을 구분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는 유럽처럼 국내 IDC를 임대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외국계 사업자들에게도 정당한 세금을 물릴 수 있는 전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 일들이 8월 22일 페이스북-방통위 행정소송 1심에서 결정되진 않을 것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의 체온을 떨어뜨리는 와중에 서비스 분야에서만큼은 국내 IT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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