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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공중에 뜬 하얀 벌룬 같기도 하고, 눈이 큰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옆으론 붉은 선으로만 몇 겹을 두른 비딱한 오각형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굳이 형체를 말하는 게 무의미한 듯한 화면. 이는 작가 설원기(68)가 빚은 ‘회화’의 진면목이다.
타이틀조차 ‘2019-54’(2019)로 담백한 작품은 오로지 ‘나누고 채우고 찍고 긋는’ 가장 기본인 방법만으로 캔버스를 채우고 있다. 콘셉트보단 붓을 다루는 화가의 리듬·속도를 먼저 봐달라는 의미, 그것이 그리는 일이고, 회화가 존재할 방식이란 의미다.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무엇’에서 볼 수 있다. 나무에 오일. 74×121㎝. 작가 소장. 이유진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