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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모빌아이와 컴퓨터 비전 기술

  • 등록 2021-12-25 오전 9:34:23

    수정 2021-12-25 오전 9:34:23

[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지난 12월 초 인텔은 내년 중반 자회사 모빌아이의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모빌아이는 1999년 암논 사슈아 이스라엘 히브루대 교수가 설립한 컴퓨터 비전 기술 전문 회사이다. 카메라 이미지를 분석하여 자동차와 차선을 인식하고, 보행자 충돌이나 차선 이탈을 경고해 주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유명해졌다. 인텔은 2017년 3월 모빌아이를 약 18조 원에 인수했는데 내년 상장 시 기업가치는 60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5년 만에 3배 이상 기업가치가 상승했으니 연간 30% 가까운 수익률을 낸 투자를 한 셈이다.

모빌아이의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건 자동차의 비전 기술이 자율주행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컴퓨터 비전은 사람의 시각에 해당한다. 시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듯이 비전 기술 없이는 자율주행을 하는 자동차를 생각할 수 없다. 모빌아이가 설립된 지 20년이 넘었고 자율주행 연구가 본격화된지도 10년이 넘었으니 이미 비전 기술은 인간의 시각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개발되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과연 비전 기술은 얼마나 발달했을까.

인간의 시각은 약 5.5억 년 전 최초로 원시적인 눈에 해당하는 안점을 가진 동물이 출현한 이후 진화를 거듭해온 산물이다. 특히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출현한 인간의 시각은 포유류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고, 인간보다 뛰어난 시각을 보유한 동물은 오직 조류만이 있을 뿐이다. 원거리에 있는 물체를 인식하거나, 미세한 깊이감의 차이를 느끼거나, 100만 개 이상의 색상을 구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30개에 불과한 빛 입자도 인식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민감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희미한 별빛도 눈에 들어오는 빛 입자 수가 초당 2100개가 된다고 하니 인간의 눈은 잘 보이지 않는 별빛보다 70배 희미한 빛도 인식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간의 시각이 뛰어난 것은 눈이 좋기 때문만이 아니다. 물론 인간의 눈이 훌륭한 카메라인 것은 틀림없지만, 인간의 눈보다 뛰어난 카메라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간 시각 능력의 핵심은 눈보다 뇌에서 찾아야 한다. 모든 동물 중 가장 뛰어난 뇌를 가진 인간이, 그 뇌의 면적의 50% 이상을 시각 정보 처리에 쓰고 있다. 뇌가 있어서 인간은 단순히 명암과 색상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시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비전 기술의 발전 역시 인공지능의 발전 역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존 매카시가 최초로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지 2년 뒤인 1958년 코넬 항공 연구소의 프랑크 로젠블라트가 퍼셉트론이라는 인공신경망을 통해 종이카드의 어느 위치에 사각형이 그려져 있는지 인식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었고 1960년에는 종이에 프린트된 알파벳을 인식하는 마크 1이란 인공지능을 완성했다. 이후 발전과 정체를 거듭하던 인공지능은 2012년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가 이끄는 팀이 딥뉴럴네트웍 기반의 알렉스넷을 이용해 이미지 인식 경연 대회에서 경쟁자들을 큰 폭으로 따돌리고 우승하면서 현대 비전 기술과 머신러닝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알렉스 넷이 개발된 지 9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컴퓨터 비전은 정히 미완의 기술이다. 가로수 그림자를 장애물로 인식하고 자율주행 차량을 급정거시키거나, 안면 인식을 잘못하여 엉뚱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기도 한다. 두세 살 아이도 쉽게 하는 장난감 집기도 컴퓨터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이다. 장난감 표면에 광택이 있거나 투명하기라도 하면 이를 인식하는 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광택에 비친 빛의 무늬나 투명한 물체를 통해 보이는 물체 너머의 사물이 인공지능을 혼동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퓨터 사이언스 논문의 15%가 비전 기술 논문이란 점이 보여주듯이 컴퓨터 비전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비전 기술을 리드하는 기업이 미래 인공지능 세상을 이끌게 될 것이다. 아직 미완의 기술이라 하더라도 모빌아이와 같이 비전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 역시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비전 기술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모빌아이를 능가하는 기술력을 가진 컴퓨터 비전 기업을 만드는데 도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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