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기부와 세금 마일리지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20-03-02 오전 5:00:00

    수정 2020-03-02 오전 5:00:00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에 휩싸여 위나 아래나 더불어 갈팡질팡하는 가운데서도 연예인들의 성금이 이어지고 있다. 기부활동이 활발한 선진사회에서는 부의 축적이 개인의 능력보다는 오히려 사회발전의 덕택이라고 여기고 감사하는 부자들이 많다. 부의 대물림에 집착하지 않고 공동체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반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결핍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poverty)’가 보장돼 건강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사
회에서 볼 수 있는 이상향이다.

땀 흘려 일하는 그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며 비할 수 없는 행복이다. 큰 부를 일구고 그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워런 버핏도 젊은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생에서 일 자체의 기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덧붙이면, 재물은 일하는 기쁨 뒤에 자연히 따라오는 부산물과 같다는 의미다.

남모르게 자선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밝고 여유롭게 비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한계효용체감 법칙에 따라 자신이 포기한 작은 효용의 대가가 어려운 이들에게는 비교할 수 없이 커다란 효용을 줄 수 있다는 확신과 기쁨 때문이리라. 사실 우리가 시각을 조금만 넓게 하면 기부행위를 통해 사회의 총 효용을 확장하는 일은 생산증대와 똑같은 결과를 낳기 때문에 부가가치 창출의 또 다른 방법이다. 땀 흘려 번 돈의 효용을 가능한 크게 하는 일이야말로 경제적 동물의 참된 경제적 행위라고 생각하면 답이 금방 나온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사회에 기여하면서 쌓아 올린 부는 자랑스러운 열매다. 일하는 과정 자체에서 큰 보람을 느끼기에 그 결과에 대해 미련과 집착할 까닭이 줄어드는 것은 뻔한 이치다. 더군다나 그 열매를 사회가 더 밝아지기를 기대하며 사용할 때, 그 기쁨과 함께 자랑스러운 금자탑은 더 우뚝 서서 빛나게 된다. 사실 모든 자선행위는 남을 위하면서 결국 자신을 기쁘게 하는 자신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변하지 않고 오래도록 반짝일 금자탑(金字塔)을 쌓는 일이다.

후진사회일수록 거부들의 기부활동이 서민이나 중산층에 비하여 절대금액에서도 부족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비정상적인 현상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정경유착, 내부자거래, 뇌물 같은 살얼음판을 건너면서 부당하게 축적한 부를 남을 위해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지저분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체면이나 양심의 응어리 같은 것을 물질로 채우려는 보상심리 때문인가.

어쩌면 아무리 쌓고 쌓아도 허기진 욕망의 세계, 결코 완성될 수 없는 바벨탑에 대한 그치지 않는 미련 때문이 아닐까. 그 무서운 노아의 대홍수를 겪고도 다시 욕심을 낸 후손들이 바빌론에서 하늘에 닿는 바벨탑을 쌓으려 욕심을 냈으나 인간의 힘으로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었다.

위험과 불확실성 시대에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번 돈을 지키고 더 모으려고 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한 번 잘못 판단하면 누구든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변화무쌍한 시대에 자선활동은 서로 도와가며 사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궁극적으로는 나와 내 자손을 위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다.

우리 사회에서 세금과 기부 마일리지 제도 도입이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다. 기부 많이 하고 세금 많이 낸 인물들은 국가에 큰 공을 세웠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사회에 공헌하고 세금과 기부금까지 많이 낸 이들이 진정한 국가유공자다. 이들이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위협을 받을 경우 그동안 쌓아온 마일리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받게 한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덜해지며 사람들 모여 사는 사회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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