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편견, 선입견, 차별을 허물고 충돌하는 모든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강력한 퍼포먼스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불편함이 오히려 웅장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전시였다.”(이성호(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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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의 반응처럼 전시장에서 만나는 이불 작가의 작품과 퍼포먼스는 기괴함을 넘어 불편한 감정을 들게까지 만든다. 전시실1에는 핏물이 묻은 사람의 팔과 다리를 잘라 붙인듯한 조형물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사람 내장기관처럼 생긴 인형들이 한데 뭉쳐져 있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실2로 넘어가면 이불 작가가 나체로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천장에 몸을 거꾸로 매달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 물이 담긴 수조에 들어가 생선을 건져 맨손으로 속을 가르는 모습, 괴성을 지르고, 웃음을 터트리는 퍼포먼스 영상들이 순서대로 상영되기도 한다.
그만큼 전시 반응도 뜨겁다. 전시는 오픈 20일만에 총 관람객 수 1만 1738명을 기록했다. 일 평균 관람객도 587명에 달한다. 이날도 평일 오후였지만 전시장은 이불 작가를 보러 온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시를 기획한 권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에서 근래에 열렸던 전시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전시는 이례적으로 이불 작가의 초기 작업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세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에서는 작가의 시그니처가 된 소프트 조각 3점과 퍼포먼스 기록 영상 12점, 사진 기록 60여점, 미공개 드로잉 50여점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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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2주일만에 ‘히드라’는 더이상 바람을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빵빵하게 차올랐다가 현재는 바람이 자연스레 빠지면서 다소 힘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권 학예연구관은 “관람객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은 이불 작가의 퍼포먼스에서 주요한 요소”라며 “관객이 함께 기념비를 만들지만 역설적이게도 절대 영원할 수 없는, 혹은 완성되는 것조차 볼 수 없는 기념비를 작가는 의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