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969.27 13.95 (-0.47%)
코스닥 1,001.35 0.08 (-0.01%)

"불편함이 웅장함으로"...30년전 이불이 사회에 던진 질문

1987년부터 초기 활동 담은 '이불-시작展'
대표작 '소프트 조각'과 퍼포먼스 영상 등 선봬
교육 제도 한계·남성중심 사회 문제 지적
  • 등록 2021-04-01 오전 6:00:00

    수정 2021-04-0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인간의 추함을 형상화하면 이런 모습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전시였다.”(김민정(27))

“인간의 편견, 선입견, 차별을 허물고 충돌하는 모든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강력한 퍼포먼스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불편함이 오히려 웅장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전시였다.”(이성호(32))

서울 시립미술관 ‘이불-시작’ 제1전시실에 설치된 소프트 조각 작품들(사진=서울시립미술관)
최근 세계적인 미술작가 반열에 오른 이불(57)의 전시 ‘이불-시작’을 감상하고 나온 관람객들은 이 같은 반응을 쏟아냈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지난 3일부터 5월 16일까지 예정으로 이불 작가의 1980년대 초기 작품과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관람객들의 반응처럼 전시장에서 만나는 이불 작가의 작품과 퍼포먼스는 기괴함을 넘어 불편한 감정을 들게까지 만든다. 전시실1에는 핏물이 묻은 사람의 팔과 다리를 잘라 붙인듯한 조형물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사람 내장기관처럼 생긴 인형들이 한데 뭉쳐져 있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실2로 넘어가면 이불 작가가 나체로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천장에 몸을 거꾸로 매달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 물이 담긴 수조에 들어가 생선을 건져 맨손으로 속을 가르는 모습, 괴성을 지르고, 웃음을 터트리는 퍼포먼스 영상들이 순서대로 상영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시가 마냥 불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왜 이불 작가가 대단한지에 대해 관람객들이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1987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기존의 조각에서 사용하는 단단한 재료와 고정적인 표현에 답답함을 느끼고 천과 솜, 실, 철사 같은 부드러운 재료로 만든 소프트 조각을 실험했다. 이후 이불은 기이한 조각과 퍼포먼스로 교육 제도의 한계, 근현대사를 성찰하는 현대미술의 역할, 남성중심 사회가 여성과 여성 신체를 재현하는 방식 등 사회적 의제를 상기시키고자 했다. 이미 30년전에 이불 작가가 던진 화두지만 주제의식과 비판적 지점은 지금 시대에도 유효하다.

그만큼 전시 반응도 뜨겁다. 전시는 오픈 20일만에 총 관람객 수 1만 1738명을 기록했다. 일 평균 관람객도 587명에 달한다. 이날도 평일 오후였지만 전시장은 이불 작가를 보러 온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시를 기획한 권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에서 근래에 열렸던 전시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전시는 이례적으로 이불 작가의 초기 작업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세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에서는 작가의 시그니처가 된 소프트 조각 3점과 퍼포먼스 기록 영상 12점, 사진 기록 60여점, 미공개 드로잉 50여점 등을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이불 작가의 ‘히드라’. 관람객들이 작품에 연결된 펌프를 밟아 조각에 바람을 넣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전시장 로비에는 관객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조각 ‘히드라’가 설치돼 있다. ‘히드라’는 1996년 처음 소개된 풍선 모뉴먼트를 2021년 버전으로 재제작한 작품이다. 구조물에서 사방으로 연결된 펌프를 관객이 직접 밟아 바람을 불어넣어 풍선을 일으켜 세운다.

전시 2주일만에 ‘히드라’는 더이상 바람을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빵빵하게 차올랐다가 현재는 바람이 자연스레 빠지면서 다소 힘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권 학예연구관은 “관람객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은 이불 작가의 퍼포먼스에서 주요한 요소”라며 “관객이 함께 기념비를 만들지만 역설적이게도 절대 영원할 수 없는, 혹은 완성되는 것조차 볼 수 없는 기념비를 작가는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