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영화 결산②]한국영화, '꽃은 만발...그러나 열매는 작았다'

  • 등록 2008-12-18 오후 1:06:13

    수정 2008-12-18 오후 1:07:42

▲ 올 한해 개봉된 한국영화들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작품은 많았다. 그러나 열매는 작았다"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올 한해 한국영화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 2006년부터 촉발된 연간 한국영화 개봉작 100편 시대가 올해도 이어졌지만 그 과실이 예년에 비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2008년 영화계가 저물고 있다. 지난해 스크린쿼터 폐지와 한국영화 투자의 저조 등과 맞물려 올해 한국영화계는 침체일변도를 걷게 될 것이라 걱정하는 영화 관계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올 한해 개봉된 영화편수와 소재의 다양성 등 외형적 측면에서 한국영화는 일면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랐다. 한국 영화의 위기 증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충무로에 희망을 안긴 것은 신인 감독들의 선전이었다. 이 가운데 영화계 전반에 걸쳐 ‘위기가 곧 기회’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한국영화의 부활을 위한 또 다른 움직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개봉작 100여 편, 손익분기점 넘은 영화 10%에도 못미쳐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다리다 미쳐’를 시작으로 지난 11월30일까지 개봉된 한국영화는 총 100편이다. 12월에 개봉한 영화들까지 합치면 올 한해 한국영화 개봉작은 약 105편 내외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수치는 미국과 인도를 포함한 영화 강국 몇 개국을 제외하고는 꽤나 높은 편에 속한다. 즉, 개봉 편수만을 놓고 봤을 때 한국은 아직 자국 영화를 많이 생산해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개봉작 이면에는 소위 ‘창고영화’들이 많았다. 지난 2005년과 2006년 한국영화 ‘거품기’라 불리던 때 제작되어 개봉일을 잡지 못해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개봉된 영화들을 뜻한다. ‘사과’, ‘도레미파솔라시도’, ‘날라리 종부전’, ‘서울이 보이냐’ 등 이러한 창고영화가 약 10편 가량 개봉되며 한국영화 개봉작이 100편이 넘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영화산업통계에 따르면 11월까지 개봉된 100편 한국영화 중 10만 관객도 모으지 못한 영화는 12편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대부분은 소위 ‘창고영화’들이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한 관계자는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많이 잡아도 10%에 채 못 미친다”며 “이러한 성적표가 내년과 내후년 영화투자 환경에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한국영화, 해외영화제서 외면...신인 감독들 선전 주목

올해 전반적인 부진에 시달렸던 한국영화는 해외 영화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안팎으로 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개가를 올렸지만 올해 한국영화는 베를린, 칸, 베니스 등 세계3대 영화제에서 수상은커녕 본선 후보작에 이름 조차 올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 최근 흥행에 성공한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 등이 최근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각자의 데뷔작을 통해 기존 감독들을 능가하는 연출력을 보이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추격자’(507만)의 나홍진 감독과 ‘영화는 영화다’(130만)의 장훈 감독, ‘과속스캔들’(18일 현재 190만)의 강형철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을 흥행작 대열에 올려놓음으로써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 2009년 한국영화 화두는 ‘제작비 합리화’

2009년 영화계 화두는 ‘제작비 절감’이다. 영화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선 올해를 영화 제작비 합리화의 원년(?)으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경우 6억5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130만 관객을 동원, 제작비 대비 고수익을 올렸다. 10억 미만을 들여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주연을 맡은 소지섭과 강지환이 자신의 출연료를 영화에 투자해 공동제작자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경우는 또 있었다. 이범수 남규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학원공포물 ‘고사-피의 중간고사’는 25억원의 총제작비를 들여 16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고사’의 경우 배우들이 자진해서 출연료를 낮췄고, 촬영회차도 같은 규모의 영화보다 절반 이상 줄였다. 촬영 25회차 만에 영화를 완성해 제작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영화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지자 배우들도 솔선수범해 개런티를 낮추기 시작했다. 전도연과 김혜수, 박해일, 최민식, 이범수, 봉태규, 정려원, 문소리 등 최근 많은 스타들이 영화 규모에 맞게 개런티를 받겠다고 자진해서 나서고 있는 상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제작한 MK픽쳐스의 심재명 대표는 “지난 몇 년간 한국영화가 호황을 누리면서 거품이 형성된 측면이 있었다”며 “지난해와 올해 거품이 사라지면서 영화인들 사이에서 영화 제작비 합리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달라진 영화계 전반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영화진흥1팀의 문봉한 팀장은 "내년 영화 제작현장의 화두는 제작비 절감과 제작 시스템 효율화가 될 것이다"며 "그런 측면에서 올 한해 영화인들이 타의던 자의던 간이 제작비 합리화를 위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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