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고가주라 자랑말라

  • 등록 2015-02-03 오전 7:00:00

    수정 2015-02-03 오전 7: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달 30일 글로벌 신용카드사인 비자는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작년 4분기 주당 2.53달러의 수익을 올려 예상치였던 2.49달러를 웃돌았다. 이렇게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식분할안까지 발표했다. 주가가 250달러 안팎으로 너무 높은데다 실적 호조로 더 오를 것 같으니 4대1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주식분할은 우리나라의 액면분할과 같은 개념이다. 액면에 관한 규정이 없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무액면주식으로 발행하고, 쪼갤 때 주식분할을 하게 된다. 주식수가 많아지고 주가는 낮아지지만 회사의 자본이나 자산 가치에는 변화가 없다.

비자가 오는 3월19일 주식을 분할하게 되면 다우지수 최고가 자리를 골드만삭스에 내주고 20위권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 물론 1등 자리를 내놓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선진 증시에서는 최고가에 대해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가가 올라 주주들이 거래하기에 부담스러운데도 고가주를 고집한다면 주주이익에 반하는 행위로 본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주가가 고공비행하거나 주가 상승이 예상될 경우 주식분할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아이폰으로 승승장구하던 애플은 작년 6월 무려 7대1로 주식분할을 실시했고 PC와 모바일 광고 수익이 짭짤했던 구글 역시 작년 4월 2 대 1로 주식을 쪼갰다.

미국 S&P500지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지난 1999년부터 최근까지 최소 한 번씩은 다 주식분할을 실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월마트는 무려 9번 주식을 분할했고 GE는 6번, 포드와 애플은 각각 5회, 4회씩 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 구성종목도 마찬가지다.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 중 8개가 주식분할에 나섰다.

주식분할은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지급 처럼 기업이 돈을 쓰지 않고도 주가를 부양하고 주주들에게 자본차익을 안겨줄 수 있는 방법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액면분할에 대한 인식이 아직 저조하다. 지난해 액면분할에 나선 기업은 6개사에 불과했다. 정작 액면분할이 필요한 초고가주는 요지부동이다. 국내 최고가인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260만원을 넘는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은 160만~180만원 수준이이고 영풍과 삼성전자, 아모레G, 오리온 등도 100만원을 넘는다. 웬만한 직장인 월급으로는 한 달에 2~3주 사기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다우지수 최고가인 비자는 주당 250달러 수준으로 원화로 환산해보면 28만원 정도다. 아모레퍼시픽 주가에 비해 10%에 불과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최고가인 패스트리테일링도 4만4020엔으로 42만원 선이다.

초고가를 고수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액면분할을 실시하면 성가실 것이란 우려에서다. 기관투자자들 비중이 높을 때에는 그들만 관리하면 됐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주주관리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는 황제주라는 명예다. 비싼 게 좋은 것이라는 한국인 특유의 편견 때문일까. 주주의 이익 보다는 범접할 수 없는 초고가주로서의 위용을 누리고 싶은 심리도 일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액면분할에 나서면서 유동성이 높아지면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고, 증시에 활기가 돌면서 투자자들의 참여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배당과 맞물린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배당 확대 기조가 점차 자리잡는 가운데 고가라는 장벽 때문에 개인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종목이라면 결국 외국인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고가주는 자랑거리가 돼서는 안된다. “비싼 주식이야”라는 자부심은 이제 “주주관리를 별로 안 했어”라는 흠이 될 수도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난 이제 소녀가 아니에요'
  • 아슬아슬 의상
  • 깜짝 놀란 눈
  • "내가 몸짱"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